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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단남 Nov 27. 2023

癸卯년 癸亥월 네 번째 기록

[주간단남] 11월 4주차

[주간단남] 시리즈에서는 제가 매일 아침 글명상을 했던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고 나누고 싶은 내용을 공유합니다.

발췌한 문장들은 제가 적었던 문장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오는 것입니다. (맞춤법 오류, 비문 등 많을 수 있음)

굵은 글씨로 표시한 문장은 제가 새롭게 깨달았거나 꽂혀 있는 '생각'을, 밑줄 친 문장은 '행동'이 필요하다고 느낀 부분을 표기했습니다.



무의식은 언어적 표현을 통해 의식적인 것이 될 수 있습니다.

페터 비에리, <자기결정> 中






23.11.20 (월)


(..)

간만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술자리를 가졌던 것 같다. 사람이 많은 만큼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얽히고설켜 자아내는 환상과 난장판을 보고 온 것만 같다. 못다 한 얘기들, 더 솔직하게 드러나는 욕망들, 더 두드러지는 개별 자아의 특색과 개성들의 잔향이 어제 마신 술보다도 더 강하게 남아 내 머리를 어지럽힌다.

(..)

마냥 밝은 사람도 마냥 입이 가벼운 사람도, 마냥 사람 좋게 웃기만 하는 사람도, 마냥 시니컬한 사람도 없다. 인간은 정말 다양한 얼굴을 그 속에 품은 양파 같은 존재다. 그래서 어렵고, 그래서 신비하고, 재밌기도 하다. 일면만을 보고 사람을 단정 짓고 판단하는 것은 상대에게도 무례한 짓이지만, 자기 자신에게도 손해다. 자신의 자아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 발로 걷어차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기껏 해외여행을 가서 겉핥기만 하고 오는 것이다.




23.11.23 (목)


(..)

이번 주는 생활패턴이 다소 무너진 한 주인가 보다. 뒤늦게 할 일을 하거나 스마트폰의 마성에 휘둘려서 그렇다. 책임이 없는 자유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인가 보다.

(..)

허무함이 밀려왔다. 저축만이 능사가 아니다. 버는 단위를 크게 늘리지 않고서는 삶의 선택지를 확장할 순 없다.

(..)

언제까지? 어떻게?

그저 마음을 편안히 먹고 즐거움이 이끄는 곳으로 집중하고 몰입하면 될까? 조바심이 이끄는 곳, 비교와 시기와 질투가 이끄는 곳이 아니라 말이다.

(..)

미세먼지를 보면 짜증이 난다. 인간의 오만방자함에(근데 너도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똑같은 인간 중 한 명일 뿐 아닌가?) , 그리고 똥 싸는 놈 따로, 똥 냄새 맡는 놈 따로, 치우는 놈 따로 있다는 생각 때문에. 하지만 이 역시 피해자 마인드다. 외부 조건에 즉각적으로 짜증이 난다면, 그리고 그것에 온전히 휘둘려 버리고 자신은 그것과 무관하게 어떤 사건이나 상황에 '처했을 뿐'이라는 수동적 태도야말로 피해의식이다. 

내가 아닌 '그것'이 '나'를 언짢게 했다는 착각. '그것'이 '내 안의 무엇'을 건드렸길래 내가 화가 났을까라고 물어야 성숙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23.11.25 (토)


(..)

패턴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무의식에서 비상경보가 울린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일상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진다고 어디선가 들리지 않는 사이렌이 들리는 것만 같다. 오늘도 마음을 고쳐먹고 책상 앞에 앉는다.

(..)

새로운 도전과 경험은 짜릿함과 설레는 감정만 선사하기보다는 익숙한 곳을 벗어난다는 두려움도 동반한다. 성장의 리듬은 그런 불편함이 있어야 완성된다. 마주쳐야 손뼉도 소리가 나듯이. 익숙함과 안정, 그리고 낯섦과 변화. 이것들이 적절한 균형을 이뤄야만 건강한 삶이 유지될 수 있다.

(..)

변화를, 불안정을, 그리고 거기에서 비롯되는 걱정과 두려움까지 모두 끌어안아라. 사랑으로, 그리고 기꺼운 마음으로. 안락함은 내가 애쓰지 않아도 절로 사랑하게 될지어니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도전과 변화에 직면한 만큼 소모된 에너지를 회복하기 위해 딱 필요한 만큼 인간은 안정감을 추구하게 된다.

(..)

지나친 보살핌에는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 물고기 잡는 법이 아니라 물고기를 주고, 밥 차리는 법이 아니라 밥을 떠먹여 주는 것에는 반발심이 든다. 사주에 인성이 많아서 그런지 본능적으로 거기에 익숙해지지 않으려는 몸부림이 절로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끌어당기는 기운이라면, 구태여 자존심 상해하거나, '나를 못 믿는 건가?'하고 서운해하거나, 도움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에 부끄러움을 느끼거나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 건 모두 일어난 일에 대한 나의 주관적 평가이자 해석일 뿐인데. 

일어난 일은 하나다. 누군가 내게 도움을 준다는 것. 그 사람의 의도까지는 내가 헤아릴 수도, 헤아릴 필요도 없다. 에너지의 흐름을 감사함으로 돌려라. 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 게 현명하다. 타고난 기운과 기질을 억지로 바꾸려는 자는 현명하지 못하다. 그보다는 그것을 삶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 더 현명한 처사다. 그게 자신에게 맞는 옷, 맞는 신발을 좋은 놈으로다가 잘~ 고르는 것만큼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다.




23.11.26 (일)


(..)

폼생폼사. 뭘 하든 일단 동작을 아름답게 만드는 게 우선이다. 올바른 자세가 우선이다. 결과는 말 그대로 올바른 과정에 뒤따르는 자연스러운 수순일 뿐이다. 자세야 어떻든 결과만 좋으면 장땡이라는 마인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배를 기어이 갈라버리고야 마는 조급한 마인드, 과정 없이 결과만 득하려는 좁은 시야에 다름 아니다.

(..)

친구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즐겁다. 그러나 때로는 즐거움 뒤에 '이러고 있을 때인가?' 하는 목소리가 어디선가 울려오는 것 같기도 하다. 매번 그러면 화두로 삼고 고민이라도 해볼 텐데 금세 사라졌다가 잊을만하면 또다시 올라온다. 이건 나의 내면의 목소리일까, 아니면 조급함이 만들어 낸 속삭임일까. 단번에 분간하기가 어렵다.

(..)

얼마가 나올지 두렵다는 생각에 온전히 그 자리를 즐기지 못한 것 같기도 하다. 일정 금액 이상이 되면, 아직 내게 익숙지 않은 단위의 금액이 오고 가면 불편함이 올라온다. 그게 어쩐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같다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을 달리하고 시야를 더 넓히는 계기로 이 불편함을 승화해 본다면 어떨까. 더 큰 기회와 다양한 경험이 열릴지도 모른다. '현재'나의 재정 상태는 지난 과거들이 만들어 낸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러니 스스로 가능성을 제한하는 사고에 갇히지 말도록 하자. 지금까지 보다 중요한 건 앞으로이고,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오직 지금, 매일매일의 하루들뿐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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