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간단남 Feb 26. 2024

현재가 전부인 이유

결정나버린 것은 과거요, 오지 않은 것은 미래요, 진행 중인 것은 현재다. 그런데 현재라는 순간도 개념적 구분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내가 이 문장을 쓰는 순간 이것은 '지금'의 순간을 지나 과거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미래 역시 이 순간 현재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매초마다 말이다.


예를 들어 지금 노트에 일기를 쓴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현재 일기의 중반부를 적어나가고 있다고 해보자.

그 순간은 첫 문장을 쓰던 그 순간에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였다. 그런데 지금은 현재가 되었고, 동시에 쓰는 순간 곧바로 과거가 된다. 결국 찰나와 같이 매우 짧은 순간의 흐름 속이지만, '지금'이라는 무대 위에서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경험한 셈이다.


그 모든 경험은 오직 '현재'에서의 체험으로만 경험이 가능하다. 과거는 회상으로서만, 미래는 계획과 상상으로서만 존재한다. 머릿속이 아닌 체험으로서 일어날 때 그것은 무조건 현재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순간은 사실 현재 속에 모두 깃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차원에 사는 존재를 상정해 보면(예를 들어 귀신 등) 그 존재가 3차원에 사는 우리의 현시점에서 말하는 과거와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이유도 우리가 과거나 미래라고 일컫는 것들이 3차원의 인식적 한계에서 비롯된 개념적 구분에 지나지 않으며 사실은 현재라는 실재적 무대 위에서만 현실화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타로나 육효 등의 점술로 보는 미래 역시 이런 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미래는 고정되어 있나? 그렇지 않다. 그들이 보는 미래나 우리가 겪는 미래는 여러 가지 이루어질 수 있는 무한대의 가능한 시나리오 중에서 가장 일어날 확률이 높게 보이는 미래일 뿐이다. 미래는 예측이 가능한 동시에 고정불변하지 않다. 마치 기상청이 강우를 예측한 날에 정말로 비가 오더라도 구체적인 강수량은 예보 내용과 차이를 보일 수 있는 것처럼.


현재가 미래를 결정하는 동시에 미래도 현재를 결정한다. 이 둘은 서로 상호작용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변수는 언제나 존재한다. 그것도 다름 아닌 지금, 여기 바로 현재에 말이다.


내가 지금 어떤 행동을, 사고를 하느냐, 어떤 미래를 그리느냐에 따라 미래로 향하는 길의 항로는 조금씩 바뀔 수 있다. 과녁이 정해졌다고 한들 내가 화살을 어떤 방향으로 내보냐느냐의 사소한 차이 하나가 실제로 날아가는 화살의 궤적의 커다란 차이를 빚어내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 안다는 듯 말하지 않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