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머리만 자란 건 아닌가 보다

야, 나두 이제 한 손 푸시업 할 수 있어!

by 청윤 단남

맨몸 운동을 사랑한다.

별도의 운동기구 도움 없이 단신 하나만으로 신체를 단련할 수 있는 심플함이 가장 큰 매력이다.


그 매력에 빠져 어느덧 2년째 일주일에 2~3회씩 꾸준하게 푸시업, 풀업, 스쿼트 등을 '수행'해오고 있다.

요가나 명상도 아닌데 굳이 수행이라는 표현을 쓴 까닭은 운동을 대하는 내 마음에 있다.





내게 있어 운동은 경쟁이 아니라 단련에 그 목적이 있다.

바디 프로필을 찍기 위함도 아니고, 3대 운동의 기록을 올리기 위함도 아니며,

철봉이나 평행봉 위에서 현란한 퍼포먼스를 보이기 위함도 아니다.


나는 그저 지금보다 더 건강하고 튼튼한 나 자신이 되기 위해,

쇠를 담금질하듯 내 몸을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단련해오고 있다.


말은 거창하게 했지만, 내용은 간단하다. 아주 쉬운 동작부터 천천히 단계를 높여가는 것이다.

자존심 상할 만큼 쉬운 난이도의 동작부터 시작해서 점차적으로 고난도의 동작까지 나아간다.


예를 들어, 푸시업(팔굽혀펴기)의 경우 가장 먼저 벽에 손을 짚고 푸시업을 하는 동작부터 실시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벽 푸시업부터 시작하라고 하면, 아마 이게 무슨 운동이 되겠냐며 코웃음을 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쉬운 동작부터 시작하는 것의 큰 장점은 관절과 인대, 힘줄 등의 연조직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근육과 달리 연조직은 부상에 취약하고 단련시키는 데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쉬운 운동부터 천천히 단계를 올려가는 접근법은 장기적으로 더 지속 가능한 운동 라이프를 누릴 수 있게 해 준다.



***



'견생심(見生心)'이라 하였던가.


서서히 운동 난이도가 높아져가니 순수한 단련이 목적이라던 내 마음에 허영심이라는 불순물이 끼기 시작했다. 아직 진입할 수준이 되지 않은 동작에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운동에 자신감이 붙어가던 작년 여름, 나는 어디까지 왔나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에 푸시업 동작의 최종 목표로 삼고 있는 '한 손 푸시업'에 도전해봤다.


1회도 못하고 처참히 무너지고 말았다. 덕분에 여자친구를 웃게 해줬으니 됐다 (코쓱)


아아,

그것은 열지 말았어야 할 판도라의 상자와도 같았다.

내 몸은 한 손 푸시업을 단 1회도 성공하지 못하고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혹시 모를 성공 장면 포착을 위해 촬영을 했으나, 나의 좌절과 여자친구의 빵 터지는 웃음소리만 담겼다.


그로부터 다시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몰라보게 길어진 내 머리카락에 시간의 흔적이 묻어있다.

지금도 여전히 99%의 순수한 단련의 마음과 1%(정말이다)의 허영심만을 가지고 운동을 하고 있다.


며칠 전 문득 나는 어디까지 왔을까 궁금해져서 나를 좌절시켰던 그 동작에 다시 도전해봤다.

자세는 아직 많이 엉성하다 (엉덩이에 주사 맞은 것 아니다).

WOW!

아직 엉성한 동작이지만 한 손 푸시업이 됐다. 그것도 3번씩이나. 신기하다.

(쥐어 짜내는 기합소리는 무시해주시라ㅎ)






이렇게

동작의 반복 횟수가 늘어날 때, 되지 않던 어려운 동작이 어느 날 갑자기 될 때,

내 몸이 한껏 더 튼튼해졌음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꾸준한 단련이 빛을 보는 그런 순간들.

그런 순간들이 주는 짜릿함이 운동을 지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후후

그동안 머리만 자란 건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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