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두 번, 물구나무를 서는 이유

나의 물구나무 여정 #1

by 청윤 단남

처음에는 단순히 멋지다고만 생각했다. 몸을 거꾸로 한 자세를 흔들림 없이 유지한다는 것이.

곧게 뻗은 두 팔, 활짝 열린 어깨, 꼿꼿하게 펴진 허리에서부터 날카로운 발끝까지 이어지는 신체의 모든 부위 하나하나가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완벽한 균형의 그림을 완성한다.


멋진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물구나무를 서고 있는 사진을 보면 경이롭기 그지없다. 평범한 포즈였다면 그것은 단지 멋진 배경을 담은 한 장의 여행의 한 순간에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물구나무를 서는 순간 '인간'은 사라지고 없다. 물구나무를 스는 순간 인간이었던 그 사람은 마치 투명망토를 쓴 해리포터처럼, 모든 것이 조화와 균형 일색인 '자연' 속으로 사라진다. 자연과 하나 된 인간의 그 모습은 기품 있고, 고고하다. 나는 물구나무 자세에 담긴 이러한 균형과 조화의 아름다움에 반해버렸다.


Photo by Joshua Wilson on Unsplash


그 당시에 나는 여느 남성들이 그러하듯이 근육 빵빵한 몸을 만들기 위해 이따금씩 헬스장에 나가서 운동을 하곤 했다. 하지만 도무지 재미가 없어서 꾸준히 나가는 것이 영 힘들었다. 그러다 문득 회의감이 들었다. 단지 여름에 웃통을 벗고 남들에게 멋져 보이기 위해서 좋아하지도 않는 것을 억지로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보기 좋은 몸을 만들기보다는 '쓰임새 있는' 몸을 만들고 싶었다. 근육은 우락부락한데 유연성이 떨어져 등이 가려워도 긁지도 못하는 그런 몸 말고, 유연성과 근력을 갖춘 기능적인 몸 말이다. 게다가 헬스장이 아니면 운동을 할 수 없다는 것도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인간을 제외한 모든 유인원은 헬스장도 없는데 몸들이 탄탄하다. 헬스장이 없으면 운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은 피트니스 업계가, 그리고 '헬창 문화'가 만들어낸 환상이 아닐까?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집에서든 바깥에서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눈이 가게 된 것이 맨몸 운동이었다.


처음 맨몸 운동에 입문할 때 'HB시골박사'님의 블로그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신기하게도 닉네임 앞에 붙은 'HB'가 알고 보니 '핸드밸런싱(Hand Balancing; 물구나무를 기반으로 하여 다양한 동작을 선보이는 예술)'의 약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 실제로 그의 블로그를 다시 보니 맨몸 운동에 대한 자료뿐만 아니라 물구나무서기에 대한 자료로 꽤나 많이 나와있었다.


운동하기 전에 운동복을 사거나, 공부하기 전에 각종 노트와 필기도구를 사두면 마음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는 것처럼, 나는 알차게 구성된 자료들만 봤을 뿐인데 벌써부터 물구나무 달인이라도 된 것 같이 뿌듯했다.


약 2년 동안 꾸준히 해오고 있는 나의 물구나무의 여정은 그렇게 시작됐다.




가보자. 두 다리, 아니 두 팔로 서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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