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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갠드무 Nov 16. 2017

물그릇

#725

여기 계속 커지는 아주 신기한 물그릇이 있다.
그 물그릇은 그릇이 커지면 물의 양도 늘어난다.
또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고 많이 사용될 수록 물그릇은 커진다.
간혹 이상하게 쓰이면 작아지기도 하지만, 어디든 예외는 있는 법이니 그건 그냥 넘어가자.

아무튼 계속 커지는 그 물그릇은 한가지 숙명이 있다.
계속 물그릇을 향해 날아오는 돌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릇이 작을 때는 돌을 담다가 그릇의 물이 다 넘쳐버리기도 한다.
물이 넘쳐버린 물그릇은 세상을 잃은 듯한 기분을 느끼기도 하고 가끔은 돌에 깔려 물그릇이 망가지기도 한다.

오랫동안 커진 큼지막한 물그릇은 많은 돌이 날아와도 물을 넘치지 않고 잘 담는다.
하지만 아직 충분히 크지 못한 물그릇에겐 날아오는 돌이 참 야속하기만 하다.
그건 물그릇의 잘못이 아니다.
그러니 이해하고 너그러이 봐주고 격려해줘야 한다.

#essay #에세이

ps.
천재지변으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게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인지 아닌지는 수험생마다 다르겠지만 충격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 감내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고 느낄 것이다.
초유의 사태지만 흔들리지 않고 담담한 일주일이길 기원한다.


http://www.instagram.com/gandm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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