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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Sep 04. 2017

창조과학은 지극히 비성서적이다.

# 창조과학은 과학이 아니라 잡설이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창조과학회 관련 활동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창조론을 믿는 것이 아니라 창조 신앙을 믿는 것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신학을 하는 입장에서 무슨 봉창 두르리는 소린지 알 수가 없다.


창조과학이란, 성서에 기록된 사건들은 모두 역사적인 사실이며, 역사적인 사실이므로 과학적으로 밝혀낼 수 있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 예를 들면, 중동지방에서 노아방주의 파편을 발견했으므로 '노아 홍수'는 사실이었다는 식이다. 그들의 주장대로 창세기의 천지창조 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불과 지구의 나이는 몇 천년에 불과하다. 성서의 사건들을 과학으로 증명함으로써 '사실을 확증'하여 기독교 신앙인들에게 확고한 믿음을 줄 것 같지만,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 그들은 뭐라고 변명할 것인가?

반만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창조과학회에 따르면 에덴동산의 창설조차도 반만년이 되지 않았으므로(젊은 지구론),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기도 전에 이미 이 나라는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현재 과학적으로 밝혀진 지구의 역사는 지구의 탄생을 기점으로만 삼아도 45억 년 전이다. 아주 기초적 인사실 몇 가지만으로도 '창조과학회'가 주장하는 것은 과학적이지 않은 잡설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창세기는 '인류의 기원'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구약성서에 있는 '바벨탑'이야기도 '인류 언어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성서는 상징으로 읽어야만 제대로 읽을 수 있다. 그 상징을 읽기 위해서 성서의 저작 연대와 그것이 쓰이던 시대적인 상황 등을 면밀하게 분석하는 것이다. 저작자의 상황을 다 안다고 해도, 상징의 언어는 그것을 읽는 사의 시대상황과 무관할 수 없으므로 재해석된다. 그래서, 같은 성서 구절이라도 어떤 자리에서 누가 읽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뜻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까지 성서가 존재할 수 있었던 까닭이며, 여전히 오늘 우리에게 주어지는 말씀으로 고백되는 까닭이다.


창세기는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맨 처음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


이 고백은 이 세상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노예생활을 하며 비인간적인 삶을 살아오던 사람들, 신으로 현현한 태양신 바로의 아들만을 위해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그들과 영합한 권력가들과 그들의 명령을 수행하는 이들에 의해서 강제노역을 당하고, 그들의 말 한마디에도 죽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 사랑하는 아내와 누이와 딸이 그들의 성적 노리개가 되어도 아무 말도 못 하던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 '맨 처음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라는 선언은 어떻게 들렸을까?


그것은 한 마디로 혁명적인 인권선언이었다.
너희들은 신의 아들이라고 우리들을 노예로 삼고 마음대로 부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아니, 너나 우리나 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이다. 신이라고 우기는 당신도, 노예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도 평등한 인간이다. 이런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 창세기 첫 문장의 의미지, 이것이 우주의 기원을 밝히는 문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주의 기원은 지구의 탄생을 훨씬 뛰어넘는 137억 년 전이며, 불과 인간이 불을 발견한 것도 100만 년 전에 불과하다. 그런데, 창조과학회의 논리를 따라가면 고작 인류의 시원은 4천 년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사실, 그들의 주장은 워낙에 잡설이라 이렇게 반박하는 것 자체가 시간낭비다.

그럼에도 한국의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는 꽤나 광범위하게 퍼져있고, 많은 이들이 '창조과학'을 신봉하는 것을 무슨 믿음을 지키는 행위처럼 생각한다. 이것은, 맹신하는 믿음에 근거한다. 한국교회는 끊임없이 '의심하는 신앙'에 대해서 불신하도록 가리켰기 때문이다.


종교는 과학이 아니다.

물론, 과학이 아니기 때문에 합리적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더 도덕적이고 윤리적이고 합리성에 근거해야 한다. 단지, 종교는 ' 저 너머'의 것, 인간의 인식 너머에 있는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종교일 수 없으므로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것'을 담보로 한다.


그런데 창조과학회는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만 믿겠다고 하는 것이다. 상상해 보라. 인간의 인식 영역 안에 들어오는 신이라면 그는 신일 수 있는가? 신을 확증하기 위해 과학을 접목시킨 결과 그들은 스스로 발목을 잡는다. 진화론과 대척점에 서있는 듯 주장하면서도 진화론의 이론적인 근거가 되는 과학의 힘을 빌려보려는 것이니, 더해지지 않아야 할 것들을 혼합시킨 종교혼합주의 혹은 잡설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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