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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May 18. 2018

5월에 만난 꽃들

# 피어난 모든 꽃들에게 감사를

청유채 -강화도


붉은빛도 없이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이거나 어두운 비가 내리는 새벽을 맞이하는 것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5월 초에 장맛비처럼 비가 내리자, 작은 텃밭의 채소들이 다 녹아내렸다. 설상가상으로 모종을 낸 상추는 더 형편없이 흙탕물을 뒤집어썼다. 가뭄은 없어 좋았지만, 채소에게 비는 너무 과했다.


그래도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풀밭은 좋겠다.

그들은 나름 나름 강하게 자랐으므로 이 정도의 비에 녹아내리진 않았을 것이다.  이틀 동안 쉴세 없이 내리던 비가 드디어 그쳤다. 


부처손

내가 아끼는 부처손이라는 식물이다.

가물 때에는 죽은 듯 웅크리고 있다가 물이 충분하면 초록의 이파리를 보여준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듯하여 부처손이라고 불린다. 나와 동행한지는 최소한 12년, 제주도에서 이사할 적에 가져온 식물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친구다. 


연약한 꽃들과 채소는 녹아내렸지만,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던 부처손은 얼마나 좋았을까?


원예종 백일홍


국화과의 꽃, 여름의 끝자락부터 깊은 가을까지 피어나는 꽃인데 이른 봄부터 피어나는 개량종이라고 한다.
개량종이라고 해도 백일홍의 본질은 잘 간직하고 있다. 역시 하얀 헛꽃 안에 노란 참꽃들이 자잘하게 피어나고 있다. 참꽃이지만, 꽃 대접도 받지 못하고 헛꽃에게 모든 영광을 돌리는 꽃들이 많다.


그런데 사실, 그것은 사람의 관점일 뿐이다.

꽃은 그런 것으로 시기하거나 의기소침하지 않는다. 그저, 피어날 뿐이다.


산마늘-명이나물 꽃


텃밭에서 만난 꽃 중 백미는 산마늘(명이나물) 꽃이다.

그냥 노상에서 겨울을 났으며, 별로 손도 타지 않았다. 그냥, 이 년 전에 친구의 뜰에서 몇 뿌리 얻어다 심어놓고 잊었다. 지난해에는 꽃은 보지 못했다. 이파리만 무성하게 퍼졌는데 이파리를 따먹을 시기도 놓쳤다.


그리고 올봄, 비비추인줄로만 알았는데 산마늘이었으며, 자신의 존재를 피워낼 꽃대를 하나 올렸다.

제대로 꽃을 피울까 싶었는데, 잦은 폭우에도 불구하고 폭죽처럼 꽃을 피웠으니 대견스럽다. 올해는 꽤나 퍼질 것 같다.


수국


죽었다 깨어나기를 수차례, 화분에 심긴 원예종이라 간수하기가 쉽지 않았다.

햇볕을 너무 봐도 안되고, 안 봐도 안 되고, 물을 조금만 늦게 주어도 시들고, 너무 많이 주면 삭아들고...참 까다로운 친구였다. 그래도 한 달여 풍성한 꽃을 보여주었으니 잘 사귄 편이다.


산수국과는 달리 십자형 헛꽃 중앙에 참꽃 한 송이씩만 달고 있다.

헛꽃 중심에 배꼽같이 작은 것이 피어날 참꽃이며, 화들짝 피어나면 작은 별 모양이다. 신비스럽다.


5월에 만난 꽃들, 다 담아주지 못해 미안하다.


# 이글에 포함된 이미지의 저작권자는 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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