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슬픔과 함께 익어간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감정을 만난다.
기쁨, 분노, 두려움, 사랑…
그러나 그중에서도 ‘슬픔’은 유독 오래 머문다.
때로는 아무런 말도 없이 다가와 한동안 자리를 차지하고,
우리가 떠나주기를 바라지만, 오랫동안 곁에 앉아 있다.
슬픔은 종종 불청객처럼 여겨지지만, 사실은 삶의 내밀한 동반자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게 하고,
사랑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되새기게 한다.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끝난 사랑 앞에서,
실패한 일 앞에서 우리는 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울음은 단순한 감정의 분출이 아니라, 삶의 깊이를 더해주는 방식이기도 하다.
슬픔을 회피하는 시대다.
SNS는 웃는 얼굴과 반짝이는 삶만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슬픔을 숨기고, 감추고, 부끄러워한다.
그러나 슬픔은 숨길수록 병이 된다.
마치 어둠 속에 갇힌 아이처럼,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채 마음을 잠식한다.
나는 이제 슬픔을 밀어내기보다, 자리를 내어주기로 했다.
마치 먼 길을 달려온 친구에게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네듯,
나의 슬픔에게도
“잠시 여기 앉아 있어도 좋아”라고 말해주기로 했다.
그때 슬픔도 조용히 숨을 고르며 내 안에 자리 잡을 것이다.
슬픔은 우리를 멈춰 세운다.
그 멈춤이야말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다.
바쁜 일상 속에 잊고 지냈던 나의 내면을 바라보고, ‘진짜로 중요한 것’에 다시 귀 기울이는 시간.
슬픔은 상처지만, 동시에 치유의 문이기도 하다.
어떻게 슬픔과 공존할 것인가?
첫째, 이름을 붙여주어야 한다.
‘나는 지금 슬프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조금 가벼워진다.
둘째, 슬픔을 표현하라.
글로, 그림으로, 음악으로… 그것이 언어가 되면 우리는 더 이상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셋째, 일상을 유지하라.
매일의 루틴은 슬픔을 몰아내지는 못하지만, 품을 수 있는 그릇이 되어준다.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 조용히 털어놓아라.
당신의 슬픔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슬픔은 약함이 아니다.
슬픔은 오히려 우리가 인간임을 증명해주는 가장 고귀한 증표다.
깊은 슬픔을 겪은 사람만이 타인의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연민이야말로 이 세계를 부드럽게 만든다.
오늘, 당신이 슬픔과 함께 있다면
그 감정을 내치지 말고, 살며시 손을 잡아주기를.
당신은 그 안에서 더욱 단단해지고, 더욱 깊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삶은 슬픔과 함께 익어가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