욥기 9장 -
욥은 빌닷의 말에 대답한다.
하지만 직접적인 반박보다는,
자신의 고통을 담은 신학적 사색으로 맞선다.
그는 묻는다.
"그렇지만 사람이
하나님 앞에서 얼마나 정의로울 수 있겠는가?"(9:2)
이것은 친구들의 단순한 도덕 논리에 대한 논쟁이 아니라,
인간 존재 자체의 무력함을 고백하는 말이다.
욥은 스스로 죄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이 당하는 고통을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그보다 더 분명한 사실이 있다.
그는 하나님과 겨룰 수 없다는 것.
신은 너무 크고, 인간은 너무 작다는 것.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산들을 옮겨 놓으시는 분,
노여움으로 산들을 뒤엎으시는 분이시네.
땅을 제자리에서부터 뒤흔드시고,
땅의 기둥들을 흔들리게 하시는 분이시네." (9:5–6)
욥은 하나님을 절대적인 질서의 중심에 있는 존재로 말한다.
그는 하나님을 대적하려 하지 않는다.
다만,
하나님의 방식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고통 속에서 말하고 있다.
"내가 정의로워도 내 입으로 나를 불의하다고 할 것이네.
내가 완전해도 그분이 나에게 잘못이 있다 하실 것이네."(9:20)
하나님 앞에서는 죄 없다고 주장하는 것조차 의미 없는 일이라는 고백이다.
욥은 자신의 무죄를 말하면서도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말이 무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신에 대한 공포나 두려움이 아니라,
믿음을 잃지 않기 위한 경외를 경험한 자의 고통스러운 투쟁의 언어다.
항변조차 불가능한 신 앞에서 인간은 침묵할 수밖에 없지만,
욥은 침묵하지 않고 말하는 것이다.
하나님을 고발하는 것이다.
엘리 위젤의 『La Nuit 나이트』 새 번역 출간 서문의 제목은
“어제 침묵을 지킨 사람은 내일도 침묵을 지킬 것이다”이다.1)
그는 나치의 범죄가 인류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게 증언함으로써 범죄자가 최후의 승리를 맛보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믿었다....그래서 아우슈비츠, 부나, 부헨발트 수용소에서의 악몽을 겪고 살아남은 사람으로서 침묵을 지킬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입을 열었다.
그는 말한다.
‘증인은 증언하도록 자신을 다그친다.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와 앞으로 태어날 아이를 위해.
증인은 자신의 과거가 이들의 미래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2)
살타는 냄새가 진동함에도
꽃은 무심히 피어 있고
살을 태운 연기가 하늘을 뒤덮는데도
하늘에 저녁놀이 붉게 물든다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3)
죽음 앞에서 말하는 자들이 있다.
말하지 않으면 지워질까 두려워서,
말하지 않으면 끝나버릴까 두려워서.
그들은 욥처럼 말한다.
잊히지 않기 위해, 끝나지 않기 위해.
욥은 법정 비유를 들어 하나님께 말한다.
욥도 말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나님과 다투고 싶어도,
천 가지 물음에 한 번도 대답하지 못할 것이네."(9:3)
"우리 사이에서 판가름해 줄 이가 없고,
우리 둘에게 손을 얹어 줄 이가 없네"(9:33)
그는 자신을 변호하고 싶지만,
그 말을 들을 중재자도, 번역자도, 이해자도 없다.
그래서 욥은 말끝마다 무너진다.
고통보다 더 힘든 것은, 그 고통을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욥은 계속 말한다.
자신의 삶을 증언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너무 크고, 나는 너무 작다.”
이것은 겸손의 말이 아니다.
이해받지 못하는 존재의 절망이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하나님께 말하고 있다.
자신의 삶을 증언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아직 하나님과 욥의 관계가 끝나지 않았다는 표지다.
말이 무력하고,
기도가 되지 않으며,
고통이 설명되지 않아도,
신을 향해 입을 여는 것 자체가 신앙의 가장 깊은 시작인 것이다.
신을 향해 입을 여는 것은 증인으로 사는 것이다.
비록 그 증언이 의미 없이 여겨지는 것일지라도
침묵에 머물지 않게 함으로 신과의 관계를 끊임없이 이어가게 하는 것이다.
신과의 관계가 단절된 사람은 신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침묵함으로 관계를 끊어버린다.
그러나 욥은 여전히 하나님께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
나는 이해할 수 없지만, 여전히 당신께 말합니다.
침묵 속에서도, 내 고통을 증언합니다.
이것이 당신과 나 사이에 남은 마지막 끈이라 해도,
나는 말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주:
[1] 엘리 위젤, 『나이트』, 김하락 옮김, 위즈덤하우스, 2024, p.8.
[2] 위의 책, pp. 9~22를 요약 발췌함.
[3] 위의 책, p. 226. 옮긴이의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