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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Apr 23. 2016

천천히 걸어야 깊이 본다

바쁜 일상으로 인해 놓치는 것도 많지만 삶의 우물도 얕아지기 마련이다.

프랑스 파리 생 쉴피스 성당 -다빈치코드에 나오는 로즈라인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바쁜 일상이 이어지면서 오랫동안 유지해 오던 삶의 리듬이 깨졌다.

천천히 느릿느릿 살아가던 일상이 깨어지고 나서야 그 시간들이 더욱더 소중한 것임을 깊이 느낀다. 

바쁜 일상도 그리 나쁘진 않지만, 제대로 깊이 있는 삶을 살아가려면 바쁜 일상에 매몰되지 않고 다시금 천천히 느릿느릿의 삶을 되찾아야 함을 절실하게 느낀다.


물리적으로 바쁜 일은 이어지니 마음의 여유를 찾는 일이 쉽지 않다.

이럴 때에는 천천히 느릿느릿 걸어갔던 여행길을 추억하는 것이 하나의 평점심을 되찾는 방법이다.


생 쉴피스 성당 앞에 있는 카트로 포앵 카르디노 분수


생 쉬필드 성당 앞에 섰던 그날, 성당 앞에 있는 카트로 포앵 카르디노 분수대 주변은 공사가 이어지고 있었다. 조금은 실망스러웠지만, 어디선가 비둘기들이 갑자기 날아들기 시작했다. 아마, 그들이 없었더라면 참으로 밋밋한 사진이었을 것이다. 카메라가 아닌 아이폰에 담긴 사진이어서 조금은 아쉽지만, 사진이란 찰나의 순간이 아니런가?


그 찰나의 순간, 그것도 아마 바쁜 걸음걸이였으면 볼 수 없었을 것이며, 담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잠시 일행을 기다리느라 숨을 고르는 사이였기에 담을 수 있었던 것이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뉘하운 운하를 여행 중인 독일 청소년들


덴마크 코펜하겐 뉘하운 운하를 걷다 십 대 청소년으로 보이는 친구들이 그곳에서 맛나기로 소문난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을 보았다. 활기차고, 너무 예뻐 보여서 "사진을 찍어도 될까요?"했더니만, 수줍어하는 듯하면서도 흔쾌히 승낙을 한다.


행복지수 1위의 나라 덴마크의 청소년일 거라 생각을 하고 물었다.


"행복하신가요?"

"물론이죠."

"어디에서 오셨죠?"

"독일에서 왔어요."


조금 아니 많이 시샘이 났다.

덴마크야 행복지수 1위의 나라니 그렇다고 쳐도 독일 친구들까지도 행복하다고 스스럼없이 대답할 수 있다는 것이. 단지, 여행 중이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스템이 그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많이 시샘이 난 것이다.


스위스


그들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다양한 요인들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천천히 느릿느릿의 삶이 아닌가 싶었다.


그랬다.

우리네 일상에서 보는 풍경과 무엇이 다른가 싶었는데, 유럽의 대도시에서 만난 이들은 문명의 이기와는 조금 동떨어진 듯했다. 그들도 스마트폰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우리네처럼 그것만 바라보고 있지 않았으며, 걷는 것을 즐기고, 시간에 쫓기듯 살아가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것은 느낌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급격한 변화를 반겨하지 않았다.

그들은 오래된 것들을 사랑했고, 그들의 역사적인 유산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떤 불편도 감수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는 이들이었다.


프랑스 에비앙


프랑스 에비앙
프랑스 에비앙
프랑스 에비앙 원천수가 나오는 곳


그들의 거리에서는 바쁨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한적함과 느긋함을 넘어선 적막감까지 감돌 정도로 그들의 삶은 느긋하다. 이 나른함, 그 속에서 창조적인 생각들이 다양하게 표출되는 것일 터이다.




바쁜 일상들을 내려놓기로 했다.

바쁨이라는 것은 매몰되면 될수록 더 바쁘게 나를 이끌어갈 뿐이니, 내려놓자고 했다.


박태기나무
찔레꽃 이파리에 맺힌 이슬


그리고 걸었다.

그러자 비로소 보인다.

꽃도 보이고 이슬방울도 보인다.

정말, 쓸데없이 바빴구나 싶다.


천천히 걸어야 깊게 본다.


그 말을 실감하는 날이었으며, 그렇게 걷고 나니 다시금 일상에 평온함이 찾아온다. 그 평온함 끝에 드는 생각은 "그렇게 바쁘게 살았음에도 얻은 것은 별로 없구나!"하는 한탄이다.


어떻게 살아가도 시간은 같은 분량으로 쌓인다.

바쁘게 살아간다고 더 많은 시간을 쌓는 것도 아니고, 느릿느릿 천천히 살아간다고 해서 시간을 덜 쌓는 것도 아니다. 그냥 천천히 깊게 살자.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자는 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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