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풍여행길에서 가을빛에 물들다
가을이 깊다.
깊은 만큼 가을의 색깔도 깊고 곱다.
봄에 낸 연록의 새순들이 여름 햇살을 견디며 제법 견고해졌었는데 다시 이렇게 부드러워진다는 것은 신비다.
나이가 들면 부드러워지는 것, 그것은 자연의 순리였던 것이다.
이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면, 주변의 많은 이들이 힘겨워하게 된다.
더군다나 권력이나 힘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그 파장이 더욱 커서 심지어는 그로 인해 큰 아픔을 감내해야 하는 일도 생기게 된다.
"자작자작!"
그들이 타들어갈 때에 내는 소리라서 그들의 이름이 '자작나무'라고 붙여졌단다.
하얗고 얇은 수피를 벗겨 연애편지를 쓸 수 있다고도 한다.
먼 곳에서 자작나무 숲을 바라보면 하얀 붓에 하얀 물감을 묻혀 수직으로 반복해서 칠한듯하다.
가을이 오면, 단풍잎이 곱게 물들면 나도 한 살을 더 먹는다는 것이 실감 난다.
향이 깊은 가을꽃을 만나면, 나는 내 삶의 향기에 대해서 돌아보고, 색이 고운 단풍을 만나면 주워 책갈피에 끼우면서 내 삶의 빛깔도 이처럼 아름다운지 돌아본다.
그러나 모두 이 자연의 빛깔과 향기에 비하면 보잘것도 내세울 것도 없다.
그래서 가을 앞에 서면 마음이 낮아진다.
그 낮아짐 가운데로 임하는 자연의 신비로움 앞에서 나의 마음은 더욱더 가난해진다.
그럴수록 또한 내 마음에는 기쁨이 충만해진다.
도심에서는 은행나무 열매의 꼬릿한 냄새 때문에 천덕꾸러기가 되었지만, 저 산골의 은행나뭇잎은 노란 황금빛으로 빛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항금 빛이라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황금이 은행 빛을 닮을 것이리라.
그냥 은행 빛은 그 빛대로 아름다울 뿐이다.
가을
가을에 물들어버렸다.
그리고
며칠 동안 아팠다.
그냥 이렇게 별 향기도 없이 색깔도 없이 살아가는 밋밋한 삶에 대한 반성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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