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수 Oct 26. 2016

가을에 물들다

가을 단풍여행길에서 가을빛에 물들다

가을을 담는 사진가


가을이 깊다.

깊은 만큼 가을의 색깔도 깊고 곱다.

봄에 낸 연록의 새순들이 여름 햇살을 견디며 제법 견고해졌었는데 다시 이렇게 부드러워진다는 것은 신비다.

나이가 들면 부드러워지는 것, 그것은 자연의 순리였던 것이다.


이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면, 주변의 많은 이들이 힘겨워하게 된다.

더군다나 권력이나 힘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그 파장이 더욱 커서 심지어는 그로 인해 큰 아픔을 감내해야 하는 일도 생기게 된다.


원대리 자작나무숲


"자작자작!"

그들이 타들어갈 때에 내는 소리라서 그들의 이름이 '자작나무'라고 붙여졌단다.

하얗고 얇은 수피를 벗겨 연애편지를 쓸 수 있다고도 한다.


먼 곳에서 자작나무 숲을 바라보면 하얀 붓에 하얀 물감을 묻혀 수직으로 반복해서 칠한듯하다.


산국-남산에서


가을이 오면, 단풍잎이 곱게 물들면 나도 한 살을 더 먹는다는 것이 실감 난다.

향이 깊은 가을꽃을 만나면, 나는 내 삶의 향기에 대해서 돌아보고, 색이 고운 단풍을 만나면 주워 책갈피에 끼우면서 내 삶의 빛깔도 이처럼 아름다운지 돌아본다.


그러나 모두 이 자연의 빛깔과 향기에 비하면 보잘것도 내세울 것도 없다.

그래서 가을 앞에 서면 마음이 낮아진다.
그 낮아짐 가운데로 임하는 자연의 신비로움 앞에서 나의 마음은 더욱더 가난해진다.

그럴수록 또한 내 마음에는 기쁨이 충만해진다.


홍천은행나무숲


도심에서는 은행나무 열매의 꼬릿한 냄새 때문에 천덕꾸러기가 되었지만, 저 산골의 은행나뭇잎은 노란 황금빛으로 빛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항금 빛이라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황금이 은행 빛을 닮을 것이리라.

그냥 은행 빛은 그 빛대로 아름다울 뿐이다. 


가을



가을에 물들어버렸다.

그리고 

며칠 동안 아팠다. 


그냥 이렇게 별 향기도 없이 색깔도 없이 살아가는 밋밋한 삶에 대한 반성일 것이다.



# 이글에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자는 필자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더 깊은 향기, 더 곱고 진한 색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