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고

: 추상화와 함께 읽는 힌두교와 불교 세계관

by 이광수

VIII. 기복, 그 순수한 바람 4. 옴 aum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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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힘을 지닌 마력의 언어, 만뜨라는 항상 옴(aum/om)이라는 한 음절로 된 소리로 시작합니다. 발음은 ‘옴’이라고 하는데, 원래 산스끄리뜨어의 모음인 아, 이, 우 셋 가운데 그 시작인 ‘아’와 끝인 ‘우’를 함께 섞어 발음하는데, 발음할 때 콧소리 ‘음’을 동시에 내서 만든 소리입니다. 여기에서 콧소리 ‘음’m은 자음이지만, 아주 길게 이어지니, 마치 모음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 소리는 울림을 전달하면서 마치 코와 머리 안쪽에 울리는 진동의 느낌이 이 소리의 끝을 맺는 모음처럼 느껴지는데, 그 콧소리의 진동으로 인해 ‘옴’ 소리는 진언의 문(門)으로 해석되는 거지요. 이 책 제1장에서 말했듯이, 힌두교 우주론에 따르면, 창조 이전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태초의 어둠이 존재했는데, 그 후, 의식의 궁극인 브라흐만이 창조를 의도하여, 그 첫 번째 진동이 바로 ‘옴’이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진동, ‘옴’이 우주를 움직이게 뒤흔들어 존재의 세 가지 근본 즉, 창조, 유지, 파괴의 시간을 열었다는 거지요. 창조가 유지고, 유지가 파괴고, 파괴가 곧 창조라는 이 삼위일체론이 이 옴의 개념을 빌어 합리화하는 거지요.


그들은 힌두교 최고의 경전인 네 가지 베다가 이 소리에서 나왔다고 믿습니다. 그러니, ‘옴’이야말로 모든 존재의 모태고, 그래서 기도를 시작할 때는 항상 ‘옴’으로 만뜨라를 읊는 겁니다. 만뜨라가 우주의 에너지를 하나로 집중시키는 도구라면, 옴은 그것을 구동시키는 ‘ON’ 버튼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거지요. 우빠니샤드에서는 ‘아’를 창조 즉 브라흐마, ‘우’를 유지 즉 비슈누, ‘음’을 파괴 즉 쉬바로 연결 짓기도 하지요. 불교 또한 이러한 우빠니샤드 세계관을 이어받아, ‘옴’을 모든 존재의 모태로 간주합니다. 물론 초기 불교의 관념론을 부인한 대승불교 특히 기복 신앙이 크게 꽃 핀 밀교 불교에서 그렇습니다. 우리가 익히 들어, 잘 아는 ‘옴 마니 반메 훔’이라는 주문은 티베트 불교에서 널리 쓰는 진언이고 이 또한 ‘옴’으로 시작하지요.


이러한 신학은 힌두교의 모든 세계관이 다 그렇듯, 쉬운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다가갑니다. 그 이야기를 하나 들어보시지요. 한 번은 유지의 주(主) 비슈누와 파괴의 주(主) 쉬바가, 누가 더 위대한가를 두고 겨루었답니다. 쉬바는 자기 모습을 거대한 불기둥의 형태로 보였는데, 그 안에서 ‘옴’의 진동이 울려 퍼졌답니다. 그래서 쉬바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존재이며, 그의 존재 자체가 옴이며, 비슈누보다 더 근원적 주(主)임으로 증명되었답니다. 물론 쉬바가 위대함을 주장하는 쪽에서 만든 신화지요. 그렇다고 쉬바가 모든 점에서 비슈누보다 더 근원적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쉬바가 더 태초의 근원적 존재임을 증명할 때, ‘옴’으로 나타났다는 걸 보여주는 신화라고 이해하면 되는 겁니다. 또 다른 이야기 하나를 들어볼까요? 사라스와띠(Saraswati) 여신은 지혜의 여신입니다. 그가 지혜의 여신이 되는 근거를 그들은 베다의 말씀으로 세상에 지혜를 가져오는데, 그 근원이 그의 말씀이 ‘옴’의 소리에서 기원했다고 하는 것이지요. 즉, 이 신화에서 세계의 모든 지혜를 담고 있는 ‘옴’은 사라스와띠 여신의 입에서 흘러나온 우주의 첫소리라는 거지요.


그런데 이런 설명은 너무 철학적이어서 현실에서는 별로 다가서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오~~~~ㅁ”이라는 소리를 결가부좌를 튼 채 저 깊은 단전에서부터 깊숙하게 내뱉으면, 호흡이 전체 몸으로 순환하고, 그로 인해 머리에 기가 돌면서 마음이 맑아지고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과학적 현상을 가지고 증명하려고도 합니다. 사람들은 이 ‘옴’을 길게 발음하면, 진동이 뇌파에 영향을 주어, 긴장을 완화하고, 마치 어떤 깨달음의 경지에 다다를 것 같은 영적 상태에 이른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 ‘옴’은 지금의 요가 문화에서 빼래야 뺄 수 없는 요소가 되었고, 스트레스와 물질적 갈등에 지친 현대인에게 아주 좋은 심신 수양의 청량제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옴은 초자연적인 요소가 아니라 더 넓은 문화 체계 내의 상징적 단위로 작동하지요.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옴은 영적 의미도 의미지만, 문화적 의미가 매우 큽니다. 마치 기독교의 십자가와 같이, 신자들이 신앙과 연결되는 역할을 하는데, 사실 힌두교는 기독교와는 달리 어떤 단일한 표식이 힌두교 전체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사용된 적은 없습니다. 어떤 때는 연꽃으로 사용하고 어떤 때는 쉬바의 삼지창이나 링가로 사용하지만, 그래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게 이 옴의 이미지 ॐ이 국가의 국기처럼, 쓰이면서 힌두교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옴은 매우 다양하고 지역 전통의 담론과 실재가 너무 다른 잡다한 체계 안에서 다양한 종교적 경험을 조직하고 구조를 짜는 일에 큰 역할을 하였지요. 그러면서 뭔가 세 가지의 다른 측면이 있으면 그것을 하나로 통합하는데 이 옴을 그 근거로 가져다 쓰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힌두교 삼위일체 통합이지요. ॐ이라는 문자를 한국 불교 사찰에서 보신 분이 계실 겁니다. 일부 사찰이나 박물관 등에서 보셨을 텐데, 주로 티베트에서 들어온 밀교 불교의 유물로서 그려진 겁니다. 특히 밀교 계통의 불화(佛畫)나 탱화에 많이 그려져 있지요. 그래서 요즘은 명상센터나 요가원 혹은 신비주의 계통의 불교 예술 작품 속에서 이미지로 많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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