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시험공부 2일 차
책상에서 졸았다. 공부를 하다 잠에 빠진 건 10여 년 만의 일이다. 그래서 졸다가 깼을 때 괜히 기분이 좋았다. 책상머리에서 잠깐 동안 빠져든 잠이 얼마나 달고 개운한지 새롭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오늘도 한 시간 공부를 했다. 첫날보다 두 장 더 많은 아홉 장을 공부했다. 아마도 통 무슨 얘기인지 몰라서 이해하지 않고 넘어간 이유가 큰 것 같다. 어느 개론서든 앞부분엔 당연한 이야기들을 어려운 단어를 써가며 설명한다. 가령 값이 싸지면 많이 팔린다. 이 한 마디를 '다른 모든 요인들은 일정하다고 가정할 때 재화의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량은 증가하는데, 이와 같은 해당 재화의 가격의 변화에 의한 수요량의 변화를 '수요량의 변화'라고 한다.' 이렇게 길게 말한다. 문장이 길어지면 앞의 내용을 머릿속에 일단 담아두고 뒤를 이해해야 하는데 이런 문장은 지나치게 길어서 뒤를 읽다 보면 어느새 앞부분을 잊어버린다. 그럼 같은 줄을 몇 번이나 다시 읽어야 한다.
공인중개사 공부 일기의 첫 번째 글이 다음 메인에 올라 조회수가 천을 넘겼다. 아무래도 낚시성 제목 때문인 것 같다. 브런치에 글을 올릴 때면 클릭이 되겠다 생각이 드는 글들이 있다. 첫 번째 글도 그런 생각이 들긴 했다. 요즘의 도서 트렌드 때문이다. 자기 개발에서 퇴사로, 퇴사에서 위로로, 또다시 자기 개발로 돌아온 도서시장의 쳇바퀴에 나도 함께 탑승해있다. 내가 쓴다는 게 아니라 그런 글을 읽고 있다는 말이다. 한 때 갖가지 자기 개발서를 읽었었고, 그다음엔 퇴사가 들어간 글은 죄다 클릭했었다. 위로가 필요할 땐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의 글을 찾아 읽었다. 다시 돌아와 지금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실용서를 읽는다. 비혼 가구 돈 모아서 집 사기. 뭐 그런 것 말이다. 그러니 내 첫 글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했을 거라 생각한다.
혼자이기 때문에 더 악착같이 모아야 한다는 걸 왜 이제와 알았을까. 하긴 20대에는 돈을 모을 여유조차 없었다. 한 달 벌어 한 달 살기 바빴다. 겨우 최저임금으로 유지되는 삶엔 집을 사겠다는 생각은 들어올 자리가 없었다. 어쩌면 한 곳에 정착하고 싶지 않다고, 여러 장소를 돌아다니며 자유롭게 살고 싶다던 말들도 실은 집을 사지 못한다는 현실을 덮으려는 얕은 속임수였을 뿐이다.
내일도 한 시간 동안 책상 앞에 앉자. 내일은 조금 더 다른 꿈을 꾸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