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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강하 Sep 06. 2020

브이로그를 즐기게 되었다

유튜브의 가장 큰 장르 중 하나, 브이로그. 공무원, 대기업 직원, 유학생, 버스 기사 등 아마 브이로그가 없는 직종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다. 그런 메이저 장르를 이제까지 난 이해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 인생을 엿본다고 나한테 득이 될 게 있나? 그랬던 내가 브이로그에 빠져버렸다.     


몇 달 전 나보다 10살은 어린 친구가 독일 유학생 브이로그를 본다고 하기에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은 적이 있었다.     


“근데 브이로그의 어떤 부분이 재미있는 거야?”

“재미라기보다는 저렇게 살고 싶어서 보는 거지.”     


그때는 깊이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아마 지금은 다른 사람들이 내게 무슨 재미로 그런 영상을 보느냐고 물을 것이다. 내가 보는 브이로그들은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스펙터클이란 건 하나도 없는 심심한 영상이니까.      


이전 글에서도 말한 적이 있지만 일본 힐링 영화를 좋아한다. 아무 일도 없는 갈등이 없는 영화. 그런 영화에서는 주로 밥을 해먹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그 외에는 앉아있거나 악기를 연주하거나 산책을 하거나. 그럼에도 영화라면 갈등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 하다못해 반찬 투정이라도 해야 된다. 난 평화로운 일상만 보고 싶은데.. 그런 욕구를 충족시키는 콘텐츠는 잘 없었다. 힐링 유튜브를 만나기 전까지.     


내가 좋아하는 일본 힐링 영화에서 딱 평화로운 부분만 떼어서 가져온 것 같은 영상은 유튜브에 있었다. 요리를 하고 음악을 연주하고 그림을 그린다. 가구는 나무재질이 주를 이뤄서 포근한 느낌이 들고 가끔 등장하는 고양이는 저절로 빙그레 웃게 만든다. 그런 영상을 매일 하나씩 아껴본다. 그런 심심한 일상을 보며 나는 어째서 이렇게 만족감을 느끼는 걸까?      


그건 이미 어린 친구에게 답을 들었던 것처럼 그들처럼 살고 싶어서. 나만의 공간을 정갈하고 예쁘게 꾸미고 싶은 마음. 그 안에서 온전히 나를 위해 맛있는 요리를 정성스레 만들고 편안히 쉬고 싶은 그런 욕망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그렇게 살고 있지 못하다. 집안일을 극도로 싫어하고 귀찮아한다. 심지어 안하는 걸 인생의 모토로 삼고 있기까지 하다. 그런 와중에 깨끗하고 예쁜 집은 가지고 싶은 욕심을 그들을 보며 대리 충족하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 정말로 내 소유의 작은 주택을 구입하여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꿈은 점점 더 선명해진다. 그런 집에 산다면 아마도 매일매일 집을 가꾸고 삼시세끼 밥을 해먹는 것만으로 시간이 부족할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안하고 오롯이 나와 내 공간에만 시간을 쏟는 삶. 뭔가를 생산해야 된다는 압박 없이 평화롭게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삶. 그때를 위해 지금 이렇게나 전전긍긍하며 일분일초를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건지도 몰라.      

그래서 고마웠다. 그런 콘텐츠를 공유해주는 사람들이. 원하는 걸 보기 전까지 그걸 원하는지도 모르고 사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보는 순간 알게 된다. 내가 원하는 삶은 저런 것이었구나! 지금 현재를 더 열심히 살 이유가 생겼다. 작은 것부터 하나씩, 그때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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