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에피소드 9. 돌아온 제비

by 고강훈

부모님께서 살고 계신 곳은 오래된 2층 양옥이다.

오래전부터 이 집에 제비들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10년째 반가운 손님들이 1층과 2층 지붕 밑에 터를 잡고 있었다.


한 해는 1층 외벽 천장부에 짓더니, 다음 해는 2층 처마 밑에 집을 짓곤 하였다.

어미가 터를 잡고 강남 갔다가 새끼들이 다시 돌아오는 경우다.


마치 회귀 본능을 연상케 하였다.

두 해 정도는 제비를 볼 수가 없었다.

제비도 코로나가 두려웠나 보다.


흙과 집으로 만든 제비집 흔적만이 남아 있었다.

제비의 지저귀는 울음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었다.

한동안 제비 구경을 못 했다.




반갑게도 올해 다시 제비가 찾아왔다.

귀여운 참새들도 마당에서 노는 모습이 보인다.

본가에 들를 때면 제비집을 먼저 쳐다본다.


시골도 아닌데 도시의 한 주택가에 찾아온 손님들이 반가울 뿐이다.


제비집을 보니 웃음이 터졌다. 아버지의 배려가 느껴졌다.

요즘 젊은것(제비)들은 집을 지을 줄 모르는지 훼손된 집을 보수하려다 실패하는 것을 목격하셨단다.

사람들이 훼손한 환경 탓에 지푸라기도 없고 흙도 주워 올 곳이 없어 마땅한 건축자재가 없었을 것이다.


새로 이사 온 제비 신혼부부를 위해 아버지의 해결책.


신혼부부에게 대출 없이 무상으로 제공.

자손 대대로 물려줄 수 있음.

재산세 청구 없음.

층간 소음 스트레스 없음.

오물처리비용 없음.


그리고 여느 사람들도 간절히 바라는 재건축을 해 주기로 결정하셨다.

천인지 천막 재질인지 모르겠지만 바구니 모양의 최신식 집을 지어 주셨다.

배설물 신경을 써지 않기 위해 받침도 만드셨다.


인간과 공유하는 삶을 살고 있다.



설마 했지만, 제비 부부는 이 보금자리에 터를 잡았다.

무주택자의 설움을 뒤로한 채로

내생에 첫 집을 새집에서 살게 된 것이다.

이 집을 드나들었던 그들의 조상 덕인 것이다.


신혼 제비 부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새끼들을 낳았다.

그것도 5마리나......


평수가 좁을 텐데 그래도 행복하게 살고 있다.

엄마 제비는 집 앞을 지키고 아빠 제비는 먹이를 잡아 5마리 새끼들에게 차례대로 나른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부모들은 다 똑같다.

새끼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열심히 산다.

아기들은 입을 벌리고 잘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가끔 비행 연습을 시키는 모습도 보았다.

전깃줄에 일렬로 5마리가 앉아 있더니 순번대로 날아간다.



7 식구가 오순도순 살고 있다.


이 녀석들도 시간이 지나면 또 집을 비우겠지.

박씨는 필요 없으니, 내년에 또 좋은 소식을 가지고 오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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