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0. 글
‘딩~♪딩~♪딩~♪딩~♪’ , ‘딩딩~~♪딩딩~~♪’
수업 종이 울린다. 담임 선생님은 오늘도 어김없이 쉬는 시간 끝나는 종소리와 함께 교실 문을 활짝 열고 들어오셨다.
존재감에 벌써 압도당하곤 한다. 토시를 낀 한 손에 교과서와 다른 한 손에는 당구 채를 과장한 사랑의 매였다. 초등학교 시절 수업 시간은 늘 악몽의 연속이었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무섭게 느껴지곤 했던 기억이 난다. 또래 친구들보다 많이 작은 체격에 늘 주눅이 들어 자신감이 없었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발표 수업이나 교과서 지문을 읽는 시간을 많이 주셨다.
혹여나 내가 지목될까 봐 선생님의 눈을 피하거나 고개를 숙이기 일쑤였다.
말도 서툴렀고 목소리는 늘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쉬는 시간에 미리 오늘 배울 단원을 한 번 읽어 보기도 했지만, 긴장감은 감출 수 없었다.
“아~ 나도 글도 잘 읽고 말도 잘하고 싶다.”
수없이 갈망했다.
“출석번호 3번 오늘 배울 부분 읽어봐라.”
하필이면 오늘은 번호를 부르신다. 오늘 날짜도 아니고 주번도 아닌 내 반 번호를....... 이런 제길....
눈앞이 캄캄해지고 그 큰 글자들은 왜 그렇게 작아 보이는지 게다가 목까지 잠긴다.
입천장이 마르고 말문이 막혀 버벅대는 실수를 계속하니 선생님은 나를 보시곤 한 말씀 하신다.
“됐다 고마~앉아라, 반장이 일어나 읽어라.”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그 자리에 앉고 수업 시간 내내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잘 읽고 싶었다. 정말 잘하고 싶었다.
울면서 집에 돌아간 초등학교 2학년인 나는 엄마에게 웅변학원을 보내달라고 조르고 만다. 없는 형편에 웅변학원이라니... 주산학원, 미술학원도 아닌 웅변학원에 가겠다는 아들이 기가 찼을지도 모른다. 어린 나이에 결점을 극복하기 위해 나름대로 생각했다. 대단한 웅변가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었고 링컨처럼 게티즈버그의 훌륭한 연설을 꿈꾼 것도 아니었다.
반 친구들은 커서 판사 되고 싶다. 의사가 되고 싶다.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구체적인 미래를 꿈꾸는 동안 난 단지 수업 시간 교과서 한 페이지를 술술 읽어 내려가며 친구들의 박수를 받는 것이 전부였다.
결국 웅변학원은 가지는 못했지만, 집에서 책을 따라 크게 읽는 연습을 해보기도 하고 위인전을 읽으며 그날에 읽은 독후감을 쓰며 책장의 첫 페이지에 글을 남겼다. 벽을 보며 발표 연습을 꾸준히 했던 기억이 난다. 노력 덕분에 어느 정도 성장을 했다. 대중 속에서 박수받을 정도까진 아니지만 전보다 남 앞에서 나를 표현하는 자신감은 상승했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그 자신감은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였다.
발표력이나 말주변이 부족해서 글과 그림으로 나를 표현한 것도 있지만 글을 작성하고 그림을 그리며 머릿속을 정리하는 연습이 큰 도움이 되었다.
전국 사생대회에서 2등을 거머쥔 기억과 내 글이 교지에 실렸던 기억은 노력의 적은 성과이기도 하다.
내가 유재석처럼 타고난 감각이나 재치 있는 언변술사가 아니기에 머릿속 말의 정리가 되지 않으면 입 밖으로 나오기가 어렵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글은 참 매력 있다. 말은 활어처럼 생생하게 귀에 들어오지만 그때뿐이다. 글은 마음의 귀를 기울이면 은은한 숨소리가 느껴지며 시간과 공간을 넘어 깊은 여운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지금은 친구들로부터 모임에서 발표할 연설문이나 SNS 게시글 작성용 글을 요청받기도 한다.
나에게 자기가 쓴 글을 한 번 읽어 봐 달라며 검토를 요청할 때는 주저앉고 하던 일을 멈추고 피드백을 주고 있다.
직업으로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거나 대단한 글쟁이는 아니지만 나를 찾아주는 그 기쁨은 어릴 적 소심했던 나의 모습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사이다 같은 기분이다.
꿈 많고 하고 싶은 게 많았던 어린 시절의 작은 소망이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며 나를 찾아가는 모습이야말로 큰 꿈을 얻은 게 아닌가 싶다.
꿈은 때때로 변하기도 하고 고이 간직하는 것이라 말을 하곤 한다.
누군가 내게 “당신 꿈이 뭐요?” 하고 묻는다면 스스럼없이 답 할 것이다.
“내 꿈은 지금 당신이 보게 될 간절한 글을 적는 것입니다.”
그리고 “난 그 꿈을 꼭 이룰 것입니다.”라고......
말은 아끼되 글은 아끼지 말자며 어른이 된 지금,
오늘도 다짐하며 표현력이 서툴렀던 어린 시절의 나를 생각하며 큰 꿈을 써내려 가는 중이다.
나의 작은 단어들이 모여 인생의 큰 문장으로 이루어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