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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강훈 Apr 17. 2024

프롤로그

평범하지만, 전혀 평범하지 않은 삶 속에서 인생을 배우다

내 아내의 고향은 함경북도 청진이다. 우리는 남남북녀 커플이다. 아내가 북한을 떠나서 온 지 스물여섯 해가 지났다. 힘든 시간을 마주했었지만, 다행히 지금 내 옆에서 함께 인생의 봄날을 만들고 있다. 사람 일은 참 모를 일이다. 결혼 전 ‘북한 여자랑 결혼하세요.’라는 현수막을 마주칠 때가 있었다. 그저 남의 일처럼 생각했다. 내가 장가를 못 가고 있지만 그래도 ‘북한 여자와 결혼을?’, ‘내가 왜?’ 하며 애써 웃어넘겼다. 하지만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들이 벌어졌다. 한반도의 북쪽 끝자락에 태어난 여자와 남쪽 끝자락에 태어난 남자가 한집에서 살고 있다. 서로가 싫어한 상대를 마주한 운명적 만남이다. 그녀를 만난 후부터 평범했던 나의 일상들이 나도 모르게 점점 바뀌고 있었다.


나는 고작 사십 대 후반, 맛있게 익어가고 있는 중년의 가장이다. 서로의 삶을 공유하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인생의 후반기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책으로 내고 싶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도록 글로 옮길 자신이 없었다. 아내는 자신의 이야기를 밝히기를 힘들어할뿐더러 남에게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를 싫어했다. 가장 큰 이유는 보잘것없고 평범하지도 않은 삶이 부끄럽고 조롱거리가 되지 않을지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녀가 한국 생활을 하면서 크게 현실 속 괴리감을 느낀 부분이라고 한다.     

아내 말은 그렇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을····.” 그렇다. 한국 사회에서는 굳이 친절하게 먼저 말하지 않아도 된다. 당신들은 안 물어봤고, 안 궁금했기에 내가 말하는 순간 나는 이방인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사회적 편견과 선입견은 오로지 당사자가 그 책임을 감당하게 된다. 누구도 위로하며 이해와 공감을 주지 않는 것이 현실이었다. 아내는 그걸 알기에 숨겼다. 그냥 조용히 살면 편하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녀의 남편은 용기 내 우리의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는 수많은 사연과 아픔이 존재하기에 우리의 이야기도 좋은 글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분명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절대로 평범하지 않은, 그리고 평범함을 넘어선 남남북녀의 결혼 생활을 솔직하게 담아낸 이야기이다. 이 결혼생활은 성격의 차이를 초월하여 더 큰 도전, 환경의 차이를 극복하는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다문화 가정을 꿈꾸는 미혼이나 이미 다문화 가정에서 살아가고 있는 기혼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자 한다. 여기서 우리는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며, 그 안에서 풍성한 삶을 찾아가는 데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될 것이다. 사회적 편견에 맞서고, 서로를 이해하면서 세상과 맞닿아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삶의 지혜를 찾아간다. 미묘한 성격의 차이, 언어와 문화의 괴리, 그리고 다른 고향에서 가져온 기억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이 어떻게 서로를 만나고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지를 담아내고 있다. 다양한 삶의 조각들을 모아 하나로 연결되는 가족 이야기이다. '가족'은 처음부터 완성된 것이 아니라, 퍼즐처럼 조각을 맞춰가며 만들어지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 퍼즐을 맞추며, 서로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희망과 성장이 기대되는 긴 여정이 펼쳐지고 있다. 나와 곁에 있는 이가 모두 행복하기 위해 잘 살아갈 것이다. 내가 살아가는 큰 이유이기도 하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삶 속에서 오늘의 인생을 배우며 살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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