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숨을 깨우는 요가 안내자

섬, 요가 하루

by 강화유니버스





강화에는 머무는 사람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이는 이곳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어떤 이는 오래 해 오던 일을 이어갑니다.


강화유니버스와 함께한 이웃을 소개하는 인터뷰 프로젝트, <잠시 더 강화>.

강화에 잠시 더 머물며 갖게 된 100개의 업, 그들이 만들어가는 강화의 100가지 모습을 담습니다.


두 번째로 초대한 이웃은 ‘하루의 숨을 깨우는 요가 안내자’ 섬, 요가의 하루입니다.



Intro


몸과 마음이 어지럽거나 소란스러울 때면

여지없이 ‘섬, 요가’로 향한다.


그곳엔 낮에 만났던 반가운 동료들이 있고,

맛있는 밥 한 끼를 내어주시던 나의 이웃들이 있고,

함께 노래 부르며 골목을 걷던 친구들이 있다.


왜 이곳에만 오면

그래도 조금은 더 살고 싶어 질까?


매일 함께 "사랑과 온기와 에너지를"나누는

섬, 요가 하루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우리는 너무너무 살아있는 육체들



이 노트들은 어떻게 쓰게 된 거예요?


처음엔 서울에서 대체 강사로 들어가 수업을 시작했어요. 이렇게 동작과 멘트를 적고 줄줄줄 외워서 수업에 들어갔죠. 그런데 수강생분들은 제 대본처럼 행하지 않는 거예요. 사실 당연했어요. 그 사람들은 제 배우가 아니고, 전 연출자도 아니고 우리는 멈춰 있지 않은 살아있는 몸이잖아요. 단순하게 2D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대본을 써 온 탓에 세월이 흐르면서 공부가 더 필요했어요. 수업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죠. 4~5년 전에 제가 했던 그 방식과 지금은 완전히 바뀌어져 있어요. 그때그때마다 팔을 들어 올리는 방향을 바꾸기도 해요.


사실 다 맞거든요. 틀린 건 하나도 없어요. 이렇게 저렇게 해보니 저도 계속 변해요. 어떤 날은 이렇게 했을 때 몸에 더 이로울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던 거죠.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변화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루의 수업 노트


언제 이 노트들을 꺼내 보게 되나요?


얘(노트)를 문득 꺼내서 보는 날은 아마 “정신 차려”라고 스스로에게 얘기할 때인 것 같아요. “너 예전에 이랬었어. 마음 다 잡아” 하고요. 지금은 소규모로 수업이 진행되지만 예전에는 25명, 30명의 사람이 나만 바라보고 있고, 공연할 때에는 몇백 명의 사람이 나라는 배우 한 명만 바라보고 있었을 때도 있었어요. 그땐 사실 괜찮았거든요. 대사라는 무기가 있었고, 가면을 쓴 채로 하루가 아닌 조윤정이 아닌 어떠한 캐릭터였고, 그 어떤 상황이 있어도 관객과 무대 사이 제3의 벽에 의해 그들은 우리한테 절대로 다가올 수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종종 외롭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어요. 오늘은 어떤 수업이 펼쳐질까 막 이렇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에서 제가 마음이 단단하지 못한 날, 이렇게 꺼내서 봐요.



단단하지 않은 나를 마주하는 게 무섭지는 않았어요?


이건 남편한테만 자신감 넘치게 말한 적 있었는데, “누가 온들 나랑 있으면 그냥 회원이야. 그냥 육체야. 사람이야. 그 사람이 어떠한 직업을 가졌든, 몸은 너무너무 공평해.” 저는 그 사람한테 어떻게 해서든지 몸을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이니까요.



솔직하게 하루, 하루!


솔직해지는 일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내가 단단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할수록 더 어려워지고요. 하루는 어떻게 솔직해질 수 있었어요?


무히랑 파도는 너무 잘 알지만 제가 다리 한쪽에 어떤 장애가 있잖아요. 지금도 저는 일상생활에 이걸 계속 끼고 있어야 해요. 집에 가면 11개의 붕대를 바로 풀고 씻고, 다시 붕대를 감아야 하는 게 제 일상이에요. 제가 이거를 “아니야, 이건 내가 아니야”라고 계속 거부하면 거부할수록 나만 너무 힘들어져요. 피할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너무 눈에 보이는 거니까.



지금은 저를 너무 이해하고 예쁜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이웃 친구들이 많아서 마음이 든든하지만, 그러기 전까지 외부에서 수업을 할 땐 쑥덕거리는 경험도 너무 많았었고 당연히 예쁘고 젊고 건강한 여성 선생님이랑 저랑 교체된 적도 너무 많았고 하루아침에 잘린 적도 많았어요. 하지만 자꾸 제 탓만 하면 마음이 지하 땅굴로 들어가는 거예요.


그래서 남 탓을 했었어요. 자꾸 회피하고 계속 싸웠어요. 근데 이렇게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그들의 입장에서는 사업을 운영해야 되는 사람들이니 당연한 거예요. 그 관점으로 다르게 바라보니 그 선택들을 이해하게 됐어요. 그러면 나라도 내 몸을 좀 예뻐해 줘야지, 했는데 그런 방법은 뭐가 있을까 고민하니 내가 나를 드러내는 일이 있더라고요.



솔직함은 제가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몸부림 같은 거예요. 내가 먼저 내 말로, 입 밖으로” 저는 다리가 좀 이렇습니다”라고 그냥 표현하는 거. 그래서 남들이 나에 대해 하는 수군거림을 먼저 차단해 버리는 거. 그게 예전에는 좀 마음 아픈 일이었다면, 지금은 너무 반복적으로 그 말을 많이 하니까 “제가 다리가 이런데요” 하면 다들 “어우 알아요! 다 알아요! 쌤 다리 아픈 거 알아!” 하고 (웃음).


연습이 필요하더라고요. 반복적으로 나를 드러내는 일이 예전에는 싸움이었다면, 나의 마음을 좀 알아봐 주고 화해하는 일이 됐어요. 다들 내면하고 싸운다고 하잖아요. 나 자신과의 싸움. 모두가 혐오의 시대에 서로를 비하하고 미워하는데 “왜 내가 나랑까지도 그래야 돼?”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스스로와 좀 화해도 하고 사랑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그만 좀 싸우자라는 마음!



수업에서는 어떤 솔직함이 있을까요?


내가 너무 힘든 날엔 억지로 힘을 주는 게 아니라, “저 여기가 조금 그런데 오늘은 죄송스럽지만 말로 수업을 할게요” 한다든지. 오히려 “오늘은 에너지를 좀 나눠주세요” 하고 솔직하게 얘기도 해요. 처음엔 이러지 못했어요. 죽을 것 같아도 공연을 해야만 했던 시절에 몸을 담고 있었으니까 그래야만 되는 건 줄 알았죠. 근데 아니더라고요. 제가 막 울면서 수업한 날도 있었어요. 그럼 이제 우리 왕 언니 회원님들이 수업 끝나면 막 안아주세요.


어제도 저 꽃다발을 주고 가셨거든요. 그분께서 반포의 꽃 시장을 다녀오셨는데, 꽃을 사면서 생각하신 네 명의 사람이 있었대요. 친정엄마, 그리고 아끼는 누구, 누구 그리고 저. 그 네 명 안에 들고 나니 이분한테는 일상에 요가가 ‘살아가야 되는 어떤 이유’이기도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꽃다발을 딱 들었는데 정돈되어 있지 않은 거라 가시가 있었거든요. 실제로 딱 잡았다가 가시에 찔렸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은 저 꽃을 가지고 열심히 반포에서 강화까지 들고 오신 거잖아요. 제가 과대 해석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너무 감사한 마음이었어요. 그래서 “나는 요가하기 너무 잘했다” 하고 생각했어요.




하루가 정의하는 하루는 무엇인가요?


그냥 하루. 저는 오늘, 하루를 살아요. 물론 걱정이 많아서 보험도 되게 많이 들고 대비도 많이 하지만 그건 일상에 최소한의 대비인 거죠. '미래의 걱정을 하지 마세요'라는 얘기가 절대로 아니에요. 당연히 잘 살려면 경제적인 기반이 마련돼야 하고, 건강해야 하니까. 하지만 그날의 어떤 하루가 다들 있잖아요. 뭐 그냥 좋든 나쁘든 너만의, 오늘의 하루하루를 잘 보내자고 말하고 싶어요.






하루와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우느라 질문도 잘 이어나가지 못했다.


아무래도 내가 살며 얻고 싶었던 힌트들을

인터뷰 내내 얻었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서툴고 부끄럽던 모습들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하루와의 하루가 무척이나 행복했다.

이곳에선 서툴러도 참 좋았다.


Editor 무히

Interviewee 섬, 요가 하루 @jj_sumyoga @haru_sumyoga

Photographer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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