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무화과나무에 자꾸 물을 주었다
썩고 무른 뼈들이 흘러내렸다
병실 밖 나무에 연초록 잎들이 돋았다. 추운 겨울을 견디고 저렇게 새잎을 다시 밀어 올릴 수 있다는 게 새삼 신기해서 성실은 창밖의 나무를 오래 바라봤다. 키 큰 나무들이 가지 끝에 달린 작은 나뭇잎을 돌보려 땅 밑에서부터 물을 끌어 올리고 있는 그 정성이 부럽기도 했다.
성실은 야윈 자신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게 멀리 거울을 들고 빗으로 머리를 쓸어내렸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서 백수가 선뜻 신장이식을 자청한 게 믿기지 않았다. 어릴 때 그녀의 수호천사였던 오빠로 다시 돌아온 것 같았다. 다시 살 수 있다는 희망보다 오빠를 다시 의지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된 게 더 기적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왜…….’
약속된 시간보다 이미 두 시간이 지났다. 전화도 받지 않았다. 뭔가 사정이 있겠지……. 성실은 병실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을 바라보고 눈물 글썽이던 백수를 떠올리며 마음을 추슬렀다. 신장이식 적합자라는 검사 결과를 듣고 백수는 하나밖에 없는 동생을 위해 해줄 게 있어서 다행이라는 말까지 하며 성실의 모든 의심과 불안을 잠재웠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성실은 자신이 맞닥뜨릴 운명을 점점 실감하고 있었다. 살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이제 줄 끊어진 연처럼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죽음의 공포가 엄습했다. 그럴수록 더욱 살고싶다는 욕구가 밀려왔다.
'혹시 오빠가 교통사고라도 당했나? 아니면 고리대금업자에게 협박이라도 당하고 있나?'
전화기에 메시지 수신음이 울리자 성실은 얼른 전화기를 들었다. 은행에서 보낸 대출 상환금 연체 안내문자였다. 성실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리고 다시 백수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긴 발신음이 멈추고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갔다.
“오빠, 지금 어디야? 대체 지금 어디냐고? 대출도 받아주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줬잖아! 약속은 지켜야지. 어떻게 사람이 그래? 어떻게……, 나 좀 살려 줘. 엄마도 못 보고 이렇게 죽을 순 없어. 제발…….”
병실 바닥에 조용히 가라앉던 성실의 흐느낌이 오열로 변했고 놀란 간호사가 달려와 성실을 달랬다. 겨우 진정된 성실이 잠이 든 건 이미 날이 어둑해진 시간이었다.
중앙에 있는 데스크에 모인 간호사들이 당황한 얼굴로 수군댔다.
“한성실 환자 이식 못한다며?”
“검사받을 때는 동생 엄청 위하는 것처럼 그렇게 오버하더니, 뭐냐?”
“전화도 꺼져있어. 뻔하지, 그럴 거면 검사는 왜 받아?”
“한성실 환자 불쌍해서 어떡해요.”
“혹시 모르지, 마음이 바뀌어서 다시 병원에 올지도……, 아니면 다른 기증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던가.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