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단어 없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
감정은 고유한 형태가 없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시리즈를 좋아한다. 감정들을 의인화한 장면들도 인상 깊지만 사람마다 그 모습과 성격이 또 조금씩 다르다는 게 재밌는 포인트다. "기쁨", "슬픔", "분노" 등 감정을 대표할 수 있는 단어들은 많겠지만, 한편으로는 그 한 두 마디의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내재된 감정 친구들이 내심 서운하지는 않을까 생각이 든다.
표현은 어쩌면 창작의 형태와 가장 닮아있는 듯하다. 내면에 있는 무형의 감정과 생각을 내가 가진 재료와 도구들을 가지고 세상 밖으로 표출해 내는 것. 같은 맥락에서 표현도 하나의 공예일 수 있겠다.
기쁘면 웃으며 춤을 추고, 슬프면 눈물을 흘린다지만 정해진 공식은 없다. 눈물은 때론 격한 기쁨으로도 사용된다는 점에서 감정을 일종의 클리셰에 맞추어 정의하기는 더욱이 어렵다. 그중, 사랑이라는 감정은 더욱이 그 재료와 도구가 각별하다. 단순히 기쁜 것이라기엔 애틋하고 소중하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슬픔과 두려움, 그리고 어쩌면 욕망의 영역까지도 포함하기에 "사랑한다"는 표현은 어쩌면 조금 더 섬세하게 다루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추구하는 사랑의 표현들은 아래와 같다.
그 사람과의 순간과 대화를 소중히 한다.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경험은 그야말로 서로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특별하고 소중한 재료이다. 나에게 사랑을 표현하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가장 먼저 이 재료를 선택할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두 사람만의 재료로 켜켜이 쌓아 올린 사랑의 표현들이 생기는 건 생각만 해도 낭만적이다.
그 사람의 모습과 닮아간다.
연인은 둘이지만 하나라는 단어에 더욱 가깝다. 내가 그 사람의 감정과 생각을 조금이라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리고 나아가 조금 더 완전한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작은 부분부터 내 모습을 조금씩 그 사람과 비슷하게 맞추어 간다. 비록 태어날 때 같은 피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누구보다 오랜 시간 가까운 환경에서 같은 부분을 공유하면서 언젠가 황혼의 나이가 되었을 때에는 닮아진 표정과 몸짓에서 한 쌍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을 위한 선물과 함께 편지를 쓴다.
때때로 선물은 말보다 더 큰 의미를 담기도 한다. 그 크기나 희소성에 관계없이 그 사람을 생각하는 나의 마음이 담기기에 그 과정마저도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또한 편지는 말 그대로 언어적 표현으로써 내가 가진 생각과 감정을 그 순간 속 오롯이 저장할 수 있기에 헷갈림의 여지가 없다. 긴 편지가 아니어도 가끔은 담아낸 글을 보며 그 당시 새겨진 감정과 기억들을 추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 사람만을 위한 용기가 생긴다.
흔한 드라마적 요소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대신 죽는 연인의 모습이 나오곤 한다. 연인을 위해 심지어 죽음까지도 주저하지 않음은 그 무엇보다 생각에 따른 판단이기엔 감정의 영역에 가깝다. 두 사람이 만나 함께하는 여정은 그동안 혼자서 걸어왔던 길과는 사뭇 다른 새로운 길일 것이다. 무엇이 나타날지,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예상할 수 없지만 그 사람과 손잡고 가는 순간만큼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듯한 용기를 사랑이라 부르고 싶다.
사랑은 그 무엇보다 크고 강한 감정이다. 그렇기에 사랑에 빠진 사람의 모습은 숨기려 해도 티가 난다. 행동하는 모든 순간과 모습에서 사랑이 표현되겠지만 나의 연인을 위해 주는 것이라면 가진 재능의 영역에서 가능한 가장 예쁜 모습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