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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성훈 May 27. 2019

지극히 주관적인 여행기

브라질 여행기 (니콜라스의 삶)


 우리의 첫 여행지자 첫 남미는 브라질의 리우 데 자네이루 Rio de Janeiro였다. 정보를 얻기 위해 들어간 오픈 채팅방이나 인터넷 카페엔 브라질의 치안에 대한 글이 난무했다.


 작게는 소매치기부터 크게는 강도, 심하면 살인까지. 크든 작든 어떠한 사건이라도 일어나면 시작부터 전체 여행을 망칠 수 있다.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고, 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치안에 대해 검색해봤다. 불행하게도 말이 말을 만들고 말을 불려 나갔다. 대비하고자 검색창에 쓴 단어건만, 불안만 가중시켰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꼭 가야 하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렇게 설렘보다는 걱정을 안은 채 리우(약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숙소는 코파카바나 Copacabana 해변에서 2블록 떨어진 곳으로 잡았다. 이유는 비교적 치안이 좋다고 해서인데, 관광객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 유동인구가 많고 밤에도 불이 켜진 곳이 많아 심리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었다.

 숙소 예약부터 경로 짜기, 교통수단 파악과 이용하기 등 여행의 기본인 것들이 모두 어색하던 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첫 숙소부터 어쩌면 무모할 수 있는 도전을 했다.

 바로 카우치서핑을 하기로 한 것이다. 문화를 교류한다는 명목으로 현지인 호스트의 집에 머물면서 함께 요리를 하거나 식사하며 대화를 나누고 감사의 의미로 작은 선물을 주기도 하는 좋은 취지의 제도이다.

 숙박비를 아낄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인데, 우리는(그녀의 의견이지만) 그보다는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카우치 서핑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치안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던 나는 그런 생소한 제도가 내키지 않았다. 채팅창이나 인터넷 창에서 보고 듣던 그 범인이 우리 호스트가 아니란 법도 없었다.

 더 이상 부정적인 상상을 하면 정말 이 여행의 정체성이 모호해질 것 같아 수첩을 꺼내어 일정을 다시 정리했다.


 그렇게 약 30시간을 날아 우리는 리우에 도착했다.






 막상 리우에 도착하자, 걱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설렘이 채웠다. 대도시답게 공항부터 으리으리했고 형언할 수 없는 그 도시의 느낌이라는 게 있는데, 그 느낌 또한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워낙 악명 높은 리우이기에 애써 신경을 곤두세웠고, 우버를 이용해 안전하게 숙소에 도착했다.


맥주 아니고... 니콜라스 사진


 그곳에서 오늘의 주인공인 우리의 호스트, 니콜라스 Nicholas를 만났다. 그는 곧바로 우리를 코파카바나 해변이 한눈에 보이는 한 호텔 전망대로 데려갔고, 우리는 그곳에서 카이피리냐(칵테일)를 마시며 리우의 야경을 즐겼다.

 저녁식사도 브라질 현지식으로 꽤나 괜찮은 식당에서 했는데, 현지에 사는 그가 아니었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것 같아 꽤나 고마웠다.


 긴장과 불안 때문에(치안보다는 소통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머릿속이 하얗던 나는, 하룻밤이 지나서야 이것저것을 둘러보고 생각할 여유가 생겼다.


 방 하나에 거실 하나, 화장실도 하나.


 크지 않은 집의 거실 하나를 우리에게 내줬다. 심지어 부엌을 가거나 밖으로 나가기 위해선 거실을 거쳐야 하는 구조였다.

 여간 불편한 게 아닐 텐데, 그는 왜 본인의 생활공간을 생면부지의 남과 나누는 걸까. 심지어 대가도 없이 말이다.


 문득 니콜라스의 삶이 궁금해졌지만, 실례인 질문일 수 있기도 하고 소통도 원활하지 않아 질문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덕분에 마음껏 니콜라스의 삶을 상상할 수 있었다.



 프랑스인이지만 브라질에 거주하며 카우치서핑 호스트를 자처하여 여러 나라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

 나이가 몇인지 가족관계는 어떤지 사랑하는 사람은 있는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왜 리우에 사냐고 물으니 ‘그냥 좋아서’라고 답한다.

 5개 국어를 할 수 있으며, 수십 개국을 여행하고 그 나라와 소통한다. 좋아하는 도시가 생기면 그곳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며 한동안 머물다가 또 다른 도시를 찾아 떠난다.


 그의 내면은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안정에 대한 갈망과 헛헛함으로 가득 차 있을까, 아니면 또 어떤 나라를 여행하며 어떤 사람들을 만날 지에 대한 희망과 기대로 가득 차 있을까?

 


 그리고 생각의 끝은 언제나 나로 귀결된다. 내가 니콜라스의 삶을 산다면 어떨까.


 전자일까 후자일까.


 내가 살아가는 사회 안에서는 내가 아는 삶을 사는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아는 일이 일어난다.

 내가 상상해 본 적 없던 삶에 나를 투영시킨 건 처음 있는 일인 것 같다.


 여행을 하면 견문이 넓어진다는 게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은 아닐까.

 나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는 게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은 아닐까.

 

 나도 니콜라스처럼 ‘좋아서’ 사는 삶을 살 수 있을까.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고 살고 싶은 걸까.


 사소한 궁금증으로 시작한 니콜라스의 삶이, 여행의 의미에 대해서도 나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p.s - 그녀는 후자임이 틀림없다.






*세계여행 사진들은 여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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