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역한 친구 K에게서 연락이 왔다. ‘K 박사님’으로 불리게 됨과 동시에 미국의 유명한 대학교에 채용되었다고 말이다.
“축하한다!“
한껏 벅차오른 감정을 전해주고 싶었는데, 늘 내 혀끝은 마음보다 느리다. 그래서 뭐라도 보내고 싶어 선물 목록을 훑어보았다.
카페 쿠폰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나는 K가 겪은 고생이 고작 커피 몇 잔으로 때워질 가벼움이 아니란 걸 잘 안다.
그렇다고 꽃이나 케이크 같은 본격적인 선물을 보내자니, K에게 축하 대신 부담만 지워주는 꼴이 되어버릴까 봐 그냥 접었다.
이웃사촌 J는 요 며칠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고 했다. 4년 동안 키우던 고양이와 이별했기 때문에.
문득 J가 식물이라도 키워볼까 했던 말이 떠올라 화분을 골라보다가, 결국 또 멈췄다. 식물이 시들어버리면 J는 또 한 번 상처를 받아야 하니까.
J의 고양이를 닮은 인형을 잠시 들었다가 ‘다시 생각나서 더 아프지 않을까’ 싶어 이마저도 내려놓았다. 가족을 잃은 슬픔과 상실을 알게 되었다던 그의 짐을 덜어줄 수 없어서.
그럴듯한 축하를 해주지도,
함께 눈물을 나누지도 못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내가 그만두기로 한 모든 행동 안에는
그 사람들의 하루를 덜 무겁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어쩌면 다가가지 않는 것이
최선의 다가감일 수도 있다는 걸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배워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