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는 쪽으로

by 한가온
사진 출처_한가온 갤러리 / 장소_ Old Town Square, Prague, Czech Republic

프라하에 갔다.

그곳은 아무리 사진을 찍어도 마음에만 남길 수 있는 도시라는 걸, 그곳에 가서야 알았다.


어릴 적 동화책 속에서나 보던 중세 유럽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프라하는 내게 생경한 설렘을 안겨주었다. 신성함에 압도되었던 성 비투스 성당과 로맨틱한 까를교도 인상 깊었지만, 겨울 프라하의 백미는 크리스마스 마켓이다.

구시가지 광장 한가운데에는 겨울을 끌어안은 크리스마스트리가 서 있고, 뒤로는 라푼젤이 살고 있을 것만 같은 틴 성모 마리아 성당의 종탑이 뾰족하게 솟아 있다.


트리 앞에서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는 연인이 있고, 빨간 장식을 만져보겠다는 아이의 성화에 못 이겨 무등을 태워주며 웃음이 터진 가족도 있다.

손 바쁜 상인들은 스바르작 한 잔을 건네며 미소 짓고, 괜히 한 번 더 눈을 마주쳐 그에 응하는 사람들.

어떤 언어인지 모를 말들이 겹쳐 흘러가는 와중에도, 그곳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들떠 있다.


그 앞에서, 나도 잠시 하나의 장면으로 남고 싶었다.


이 순간을 붙잡아두고 싶어 카메라 셔터를 여러 번 눌렀다.

그러나 카메라 속 세상은 내가 지금, 여기서 보고 있는 세계와는 전혀 달랐다. 따스함도, 정겨움도, 막연한 설렘도 담기지 않았다. 구도를 바꾸고 노출을 조절해 보아도, 종탑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던 라푼젤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몇 번의 조정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걸, 이내 알 수 있었다.

나는 이 장면을 '감동'이라는 필터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카메라는 그저 눈앞의 현실을 '기록'할 뿐이었으니까.


사람을 대할 때도 비슷하지 않을까.

같은 사람이라도 내가 어떤 마음의 렌즈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남는다.

차가운 필터를 씌우면 냉소적으로 보이고, 따뜻한 필터를 씌우면 다정해 보인다.


그러니 적어도 사람을 마주할 때만큼은,

감정이 없는 카메라가 아니라

조금은 흔들리고 번질 수 있는 마음으로 바라보고 싶다.

사진보다 덜 선명하더라도, 그 편이 진실에 더 가까울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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