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자의 몸부림
아이들이 어릴 적 캠핑을 가곤 했다. 텐트 치고 철수하는 게 힘들기도 하고 아쉬워서 항상 2박 3일로 갔었다. 3일 중 하루는 느긋하게 즐기자는 게 이유 었다. 자주 가던 캠핑장은 지리산에 있었다. 계곡 옆이라 시원해서였긴 하지만, 여름 아닌 계절에도 갔다. 지리산의 계절을 온종일 즐길 수 있어 좋았다. 같이 갔던 일행의 산타클로스 분장에 잠을 자야만 선물을 받을 수 있다고 믿었던 아이들이 어리둥절하며 선물을 받고 좋아했던 기억, 밤 새 눈이 내려 하얀 텐트 앞에서 사진을 찍고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던 추억이 있다. 그 추억들이 좋아서 추억을 추억하러 혼자라도 캠핑을 다니곤 한다.
그리고, 지리산의 밤이 좋았다.
저녁을 먹고 모닥불을 피워놓고 그 주위에 둘러앉아 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별을 찾아 나서던 여행을 하곤 했다. 북극성, 북두칠성, 카시오페아 등, 몇 개 알지 못하는 별자리를 찾아 나섰고, 그렇게 하늘만 바라보다 결국 목이 아파서 젓가락으로 익지 않은 고구마를 찔러보던 그 밤을 좋아했다.
혼자 짐을 싸고, 장을 보고, 텐트를 친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캠핑장으로 간다. 가족들이 와서 저녁을 먹고 모닥불을 피워놓고 담소를 나누고 돌아가는 게 좋아서이다. 많이 커버린 아이들은 이제 불편한 잠자리와 화장실을 기피하게 되었고 새벽 1시까지의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남은 설거지와 모닥불의 정리는 온전히 나의 몫이다.
아이들은 이제 자신들의 인생을 찾아 떠나고 있다. 부모가 해주는 것보다 본인의 취향을 더 좋아하는 나이가 되었다. 그렇게 나이 들었음을 느낀다. 조금은 더 옆에서 지켜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컸지만 나이에 따른 책임감을 지워주는 게 맞다.
아이들 보다는 내가 더 불안했다.
어릴 적 즐겨보던 동물의 왕국의 더 이상 쓸모없어져 무리에서 버려진 사자처럼 느껴지는 시간이 있었다. 무언가 활력을 느낄만한 일이 필요했고, 내가 고른 것은 내 나이 또래의 선택지인 운동이나 낚시나 등산이 아니었다.
책과 글쓰기가 내게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는 생각 지 않는다. 하지만 이 밤 내가 책상에 앉아 이렇게 책을 읽고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는 게, 뭔가 하고 있다는 게 좋아지고 있다. 그리고, 밤하늘을 보면 으레 찾게 되는 별처럼 글이 내게 남아 이렇게 들춰보며 빙그레 웃게 하는 힘이 있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