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후기
<미셀 앙리: 위대한 컬러리스트>
전시기간: 2024. 10. 18 ~ 2024. 11. 17
관람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매표 및 입장 마감 오후 6시 30분)
*매주 월요일 휴관
전시장소: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입장권: 10,000원 (성인 기준)
오디오가이드: X, 도슨트 무료 (11시, 14시, 17시)- 17:00 도슨트 들음
관람일: 24. 11. 13
시간을 맞춰서 간 건 아닌데 어떻게 딱 운좋게 도슨트 시간에 얻어걸렸다. 덕분에 작품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었고 작품 옆에 붙은 설명문에는 나와있지 않은 비화들도 들을 수 있어 재밌었다.
물론 그림 자체도 아름답지만, 작가분의 표현이나 관점 등 여러 면에 있어 기억에 남는 부분이 많았다.
우선, 작품들은 실재가 아니라 작가의 인식 속에 있는 풍경을 담아낸다.
꽃과 풍경을 주로 그렸던 것도 특징적이지만, 본 대로 그린 게 아니라 본 걸 기억하고 분석해서 내재화한 다음에 그렸다는 게 흥미로웠다. 도슨트분이 이 그림을 어디서 그렸는지 그림의 배경이 되는 곳을 찾아헤맸는데 알고보니 다 작가님 상상 속 풍경이었다고 말씀하시는 걸 듣고 빵터졌다.
희한하게 작품의 연도가 없는 것도 눈에 띄었다. 연도를 일부러 남기지 않아서 화풍-스타일을 보고 그린 시기를 추측해야 한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빨간색은 어두운 계열로 구분되지만 작가의 눈에는 빨간색이 밝게 보였고 그래서 배경을 어두운 색으로 썼다는 말도 떠오른다. 보통은 빨간색이 어두운 계열로 분류되기 때문에 배경도 밝은 색을 쓴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개양귀비꽃이라던가 빨간색의 강렬한 그림이 많았는데 작품에서 작가의 열정이 드러나는 것 같았다. 스페인에서 유학을 했다더니... 아주 정열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살짝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유화물감을 두껍게 나이프로 밀어서 꽃잎을 표현한 게 너무 신기하다. 가까이서 보면 그 질감이나 표현이 도드라지고 멀리서 보면 확 그 아름다움이 확 눈에 들어온다.
작품들에서 투명한 꽃병이나 베일이 눈에 띄는데, 그림을 다 그리고 말린 후에 그 위에 흰색 물감을 칠하고 닦아내고 칠하고 닦아내길 반복하면 물감에 스며서 그런 투명함을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그저 감탄만 나왔다. 우와... 엄청난 노가다....
또, <불꽃놀이>(였나?)라는 제목의 작품도 기억에 남는다. 고향인 랑그르의 소방관이었던 아버지에게 헌정하는 작품이었는데 2차 세계대전 때 랑그르의 소방관들과 레지스탕스가 힘을 모아 나치의 화약들을 터뜨렸던(맞나?) 일을 기념하는 그림이라고 했다. 빨간 꽃다발이 폭죽같던 그림과 그 의미가 인상적이었다.
생애 후반의 그림들, 특히 작가분이 돌아가시기 몇 년 전 작품들은 색감으로 형태를 나타낸 게 특징적이다. 그 그림들은 이전의 그림에 비해 투박하고 거칠게 느껴지지만 보다 본질적인 꽃을 나타내는 것처럼 보인다.
작가는 두 명의 스승에게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각 스승의 영향을 받아 구조적이며, 색감이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게 재밌게 느껴졌다.
특히 베르나르 뷔페와는 같은 스승(첫 번째 스승) 아래에 있었다고 하는데 이렇게나 스타일과 추구하는 바가 다르단 게 신기했다. 둘의 스타일이 엄청 다른데 동시대인인데다 심지어 한 스승 밑에서 배웠다니. 무척 흥미로웠다.
그 당시 풍조를 따라가지 않고 자기 스타일을 추구했다는 것도 인상적인 부분이다. 나는 힘들고 어두운 시기에도 희망을 그리는 작가들을 좋아해서, 순간의 아름다움을 포착하고 그림으로 행복과 위로를 전하려는 이 작가분의 작품이 참 좋았다.
작품에 개양귀비꽃이 많이 보인다. 개양귀비는 포탄이 터지고 폐허가 된 곳에서도 자랄 정도로 생명력이 정말 강하지만 꺾어서 꽃병에 꽂으면 3시간도 안 돼서 시든다고 한다. 그래서 꽃꽂이를 할 수도 없고 다른 꽃들과 꽂아놓을 수도 없다고. 그건 그림에서나 가능한 일이란다.
화가는 현실에선 불가능한 것과 그 순간의 아름다움을 담아낼 수 있다. 그러니 화가의 붓끝에서 피어난 그림 속 개양귀비는 다른 꽃들과 어우러져 얼마든지 싱그럽게 생명력을 뿜어낸다.
양귀비의 꽃말은 위로, 위안이다. 작가는 그림을 통해 피워낸 꽃들로 이 시대 사람들에게 한 다발의 위로를 전한다.
2002년인가? 작가분이 파리 대표 화가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음식도 입에 안 맞고 나이도 있어서 일정을 따라가기 힘들어 했는데, 옆에서 한 스태프가 계속 작가분을 챙겨드렸다고 한다. 그 스태프가 바로 여기 대표님이라고.
그리고 그 대표님이 도슨트분의 아버지라는 얘기를 들었을 땐 놀라부럿따. 어쩐지 자꾸 중간중간 대표님 얘기가 나오더라니....
그 일을 계기로 대표님 가족이 파리에도 초대받아 갔다고 한다. 작가님이 어린 도슨트분(대표님 아들) 앞에 마카롱을 피라미드처럼 쌓아주셔서 '프랑스 뻥튀기인가?' 하며 옴뇸뇸 다 먹으니까(예전엔 마카롱이나 휘낭시에 같은 디저트류가 생소했다....) 또 피라미드처럼 쌓아서 준비해주셨다는 따뜻한 에피소드도 들었다.
전시된 작품 중에 그릇이 하나 있었다. 원래 2개가 세트인 그릇인데 하나를 작가분이 선물해주셔서 여기 전시할 수 있었던 거라고 했다. 피카소 공방에서 작업한 진짜 귀한 거라고 강조, 또 강조하셨다는데 그 말을 들으니 좀 귀여웠다.
그 밖에는.... 전시장 안이 원처럼 하나로 이어져 있어서 굿즈파는 곳이랑 전시 시작점이 연결되어 있어 전시 무한 뺑뺑이 도는 게 가능해서 좀 즐거웠다. (지금 하는 앵콜전과는 전시장이 달라서 앵콜전은 어떤지 모른다) 그리고 작품 제목이 적힌 팻말에 드문드문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최근 작가분이어선지 그림 판매도 하는 자리 같았다.
현재는 앵콜전도(기간 얼마 안 남긴 했지만) 하고 있다. 앵콜전에는 추가된 작품들도 있는 것 같다. 사진으론 작품의 아름다움이 다 담기지 않아서, 기왕이면 전시회에서 작품들을 직접 보는 걸 추천한다.
<미셸 앙리: 위대한 컬러리스트> ver 2.0 앵콜전시
전시기간: 2024. 12. 13 ~ 2025. 03. 16
관람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입장/발권 마감: 오후 6시 20분)
*매주 월요일 휴관
전시장소: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 제5전시실
입장권: 10,000원 (성인 기준)
도슨트 무료 (11시, 14시, 17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