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은 나와 거리가 멀다
역설적이게도 그것은
나를 사랑하기 위해 쓰인 첫 문장이었다
나와 함께 자라난 친구가 꺾이고
좁은 자리에 메마른 나의 가지가
주변을 찌르며
다른 나를 정의할 수 없던 날들이 계속되었다
서로의 아름다움을 겨루던 그 속에서
겨룰 수 조차 없는 존재라
그저 묵묵히 빗줄기를 맞으며 서있었다
언덕에 하얀 눈발이 나릴 때면
꽃들은 보이지 않았다
겨울이 지나 시들고 그 자리에
또 다른 꽃망울이 피어날 때도
나는 계속 아름답지 않았다
다만 살아있었다.
내 그늘에 가려 그들을 죽인 걸까
자책의 몇 계절이 지나 내 곁은
어린 시절 나처럼 앙상한 가지를
지닌 아이들이 자라났다
꽃이고 싶기도 했다.
아름다워서 생이 짧고 싶은 적도 있다
나만 살아남아 기쁜 적은 없다
꽃이 아닌 나무였음을 감사하고 싶지 않다
꽃은 꽃이고 나무는 그저 나무다
하지만 꽃밭의 나무는 계속 자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