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발그레한 두 볼은
생기 잃은 눈동자에 가려지고
과육을 노리던 벌레들은
반기며 활개 치듯 날아들었다
다른 열매가 사그라질 때
너는 태어났으며
새로운 탄생이 환영받을 때
너는 사멸했다
너는 죽음의 순간조차 달콤했다
아무도 너를 지나칠 수 없었으니
이제는 편안할 수 있을까
사그라들지 말아라 아이야
찰나의 향기가 더욱 싱그럽던
가을에 져버린 아이야
네 덕분에 여름은 눈부셨고
다시 또 아침이 밝았다.
이제야 멈춰 돌아볼 수 있는
겨울이 시리게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