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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on Feb 05. 2020

흘러간 목가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밤
씨받이는 이제 문을 나설 때

딸이 엄마의 마지막을 기억한 건
비극도 희극도 아닌 그저 사건일 뿐

비 오는 밤, 씨받이 딸년은 어미 기리고


배부른 새할머니가 양반집 대문 두드릴 때
배우지 못한 외할머니가 집에서 쫓겨날 때
안동에서 대구로 엄마가 엄마들을 바꿀 때
애기씨는 도망치듯 23살 결혼을 택했을 때
 
첫아이를 가진 채 새할머니에게 버림받고
고집 센 외할머니는 이혼 자금을 날렸고

어미답지 못한 어미들 밑에서 딸은 울었고

엄마를 배운 적 없는 애기는 둘째를 낳았고


네 문체는 박완서를 닮았구나.
홀로 횡단보도 앞에서 책을 읽을 때,
그토록 애증한 네가 나를 꼭 안을 때
엄마의 우울이 잠든 내 다리 주무를 때


내 문장의 역사는 거기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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