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국밥을 밀어 넣는다
온종일 비어 있던 위가 간만에 들어간 음식물로 쓰리게 꿀렁거린다
긴 하루를 그러나 그저 지난한 일생의 한 조각을 꿀꺽 넘겼다
시뻘건 김치와 매운 내 나는 다대기와 뒤엉킨 국밥이 나와 닮아 있다
겨우 하루가 끝났을 뿐이다. 겨우, 그러나 힘겹게 그렇게 하루가 마무리됐다
밥 한 덩이를 꿀떡 삼켰다.
그리고는 돼지 내장 건더기들, 누린내가 메슥거리게 올라오는 것들을
단물이 다 빠져버려 씹기 힘든 껌 마냥 서서히 으적이며 씹어 댔다
온기의 힘을 빌려 외로움을 삼켰다. 하루의 고단함을 삼켜 넘긴다
눈에서 뜨거운 것을 왈칵 쏟을 것만 같아
곱씹기가 버거워 후루룩 넘겨서 마셔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