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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on Feb 14. 2019

국밥

국밥을 밀어 넣는다

온종일 비어 있던 위가 간만에 들어간 음식물로 쓰리게 꿀렁거린다


긴 하루를 그러나 그저 지난한 일생의 한 조각을 꿀꺽 넘겼다

시뻘건 김치와 매운 내 나는 다대기와 뒤엉킨 국밥이 나와 닮아 있다

겨우 하루가 끝났을 뿐이다. 겨우, 그러나 힘겹게 그렇게 하루가 마무리됐다


밥 한 덩이를 꿀떡 삼켰다.

그리고는 돼지 내장 건더기들, 누린내가 메슥거리게 올라오는 것들을

단물이 다 빠져버려 씹기 힘든 껌 마냥 서서히 으적이며 씹어 댔다


온기의 힘을 빌려 외로움을 삼켰다. 하루의 고단함을 삼켜 넘긴다

눈에서 뜨거운 것을 왈칵 쏟을 것만 같아

곱씹기가 버거워 후루룩 넘겨서 마셔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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