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두가 잠들고 아직 땅거미 진 새벽
해 다 들지 않은 어스름한 집에
조용히 불 하나가 켜지고
노닥거리다 밤을 샌 자식 하나가
눈을 감은 채 소리를 듣는다
조용히 잔반을 꺼내는 소리
찬밥에 물을 담아 대충 끼니를 때우는
숟가락과 그릇이 부딪히는 소리
혹여, 가족들이 깰까 그 움직임조차 조심스러운 숨소리
약한 물소리와 천천히 움직이는 양치질,
대야에 받는 면도 물소리
그 소리가 서럽다
그 소리가 서글프며 시리다
조심스럽게 방문을 여는 소리
화들짝 놀라 등을 돌리며 잠든 체하는 자식의 등 뒤로
바닥이 와 이리 차노라는 조용한 혼잣말은
낡고 빛바랜 외투를 걸치고 현관문을 연다
그 자식 녀석에게 길고도 짧았을 그 30분
어언 30년을 외로이 반복되었을 그 소리는
지독히 숭고하며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