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온미라클 Apr 30. 2023

글쓰기는 고구마 줄기다

쓰기의 자유


어렸을 때 고구마를 캐며 참 신기해했던 일이 기억난다. 감자와 땅콩을 캘 때도 그랬다. 하나를 뽑았을 뿐인데 주렁주렁 매달려 나오는 게 신기해 채 크지 않은 걸 뽑아대다 혼난 적도 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여전히 신기하다. 그런데, 요즘 또 다른 곳에서 그 줄기의 신기함을 경험하고 있다. 바로 글쓰기다. 


글을 쓰는 건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다. 학교 백일장에서 단골손님처럼 상을 받았고, 대학 땐 어떤 수기 공모에 당선되어 제법 큰 상금도 받았다. 하지만 쓰지 않으면 녹슨다고, 언제부터인가 두렵고 힘들다는 생각에 갇혔다.  아마 인터넷이 발달하고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편지조차 쓰지 않은 후유증이 아닐까 싶다.  하루에 8통 이상 편지를 써서 부칠 정도로 참 열심히 썼었다. 그게 그땐 기쁨이었다. 딱히, 쓸 주제가 없어도 펜을 들면  무엇인가가 자연스럽게 써졌다. 그렇게 신나게 썼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문자와 카톡, 이메일이란 신문물의 영접으로 아주 특별한 날에나 짧은 손 편지를 쓰게 됐다. 그마저도 어떻게 써야 할지 한참을 망설여서... 


편리함이  표준이 된 세상에 살다 보니 업무상 필요한 사업계획서나 평가서를 쓰는 것 외에는 글을 잘  쓰지 않게 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글을 쓴다는 게 두려웠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생각이 안 난다는 게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마음속에 있던 아이가 자꾸 불러댄다. 난 어릴 적부터 작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 하지만,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글쓰기에 대한 책도 읽어보고, 강의도 들었다. 한결같은 목소리는 '그냥 쓰라'는 것이었다. '뭘 그냥 쓰지? 쓸 게 있어야 쓰지? 어떻게 무작정 써?' 누가 주제를 좀 정해주면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시간만 죽이고 있던 어느 날 우연히 고명환 작가의 온라인 강의에 참여했다. 글 쓰는 방법을 시연해 보이는 데 환한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 같았다. 일상의 흐름을 그저 의식의 흐름에 따라 쓰는데 멋진 글이 되어 나왔다.  '저렇게 쓰면 되는 거였구나'란 깨달음이 확 다가왔다. 그러면서, '나도 저렇게 쓰던 시절이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그다음 날부터 무작정 쓰기 시작했다. 그날의 감정과 떠오르는 생각들로 첫 문장을 쓰고 나면 신기하게 글이 이어졌다. 편지를 쓰던 나의 세포들이 깨어나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써놓고 읽어보면 '초고는 쓰레기'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얼굴이 화끈거리는 졸작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썼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쓰고, 고치고, 지우기를 반복하느라 한 편의 글을 쓰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터져 나오는 희열은 뭐라 형용할 수 없다. 무엇인가를 써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을 땐 그렇게도 쓰는 게 힘들더니 이제 쓸게 너무 많이 힘이 든다.  이것도 쓰고 싶고, 저것도 쓰고 싶다. 여름날 장맛비 쏟아지듯, 정신없이 떠오르는다. 그 생각들 속을 자유롭게 날고 있는 새 한 마리가 보인다. 바로 나다. 아직 날갯짓도 서툴고, 제대로 된 비행도 못하지만 새장에 갇혀있다 해방된  자유를 온몸으로 즐기고 있다. 



아이들에게 나의 삶을 담은 전자책 한 권을 유산으로 남겨주는 게 나의 꿈이다. 난 딱 그 한 권이면 된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과한 꿈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변함없이 갖고 있던 꿈이었기에 한 번은 꼭 써보고 싶었다. 그렇게 꿈을 좇아 전자책 쓰기를 위한 도전을 시작했다. 그런데, 책은 한 권만 쓰는 게 아니라 최소한 몇 권은 써야 한다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한 권이 어렵지 두 권, 세 권은 쉽다면서... 하지만, 나에겐 너무 멀고 먼 이야기만 같았다. 답답하고 암울했다. '한 권도 쓰기 어려운데 어떻게 몇 권이나 쓰지? 내가 몇 권씩이나 쓸 능력을 갖고 있긴 한가?'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했다. 그렇게,  한없이 작아지고 있던 어느 날 갑자기 '이것도 써볼까? 저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번쩍하고 들어왔다.  이십여 일 정도 매일 글을  쓰고 있었던 것 같다. 하나의 글줄기를 들어 올렸을 뿐인데 줄줄이 엮여 올라오는 게 보였다. 정신이 번쩍 든 순간이다. 글쓰기 공부를 하며 들었던 숱한 말들이 이거였구나 하는 깨달음이 와닿았다. 환희의 순간이다.



이젠 무엇을 쓸까 고민하지 않는다. 그냥 컴퓨터에 앉아 아무 자판이나 두드려 본다. 그러면 어느샌가 끄적거리며 채워져 간다. 썼다가 통째로 지워버리는 일도 허다하다. 그래도 즐겁다. 나는 역시 쓰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졸작이면 어떠랴. 잘 쓰고, 못 쓰는 것보다 더 중요한 행복이 여기에 있는걸... 그곳이 나의 유토피아인 것을....


나는 이렇게 글을 사랑하며, 글과 함께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 Forever ~~~




작가의 이전글 나의 베스트 프랜드는 누구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