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온미라클 Jun 07. 2023

눈에 넣어도 안아픈 딸이었던 나의 생일날

고맙고 사랑합니다.

생일날이다.

언니오빠가 여섯이나 있는 부모님께 나의 존재는 그렇게 반가운 소식이 아니었다고 한다.

아니, 병원에까지 갔었는데 차마 지울 수가 없었다고 하셨다.

그렇게  7남매의 막내딸로 태어났다.


그 미안함 때문인지 엄마는 나를 특별하게 사랑해 줬다.

언니오빠들이 심부름이라도 시키면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한테 일 시킨다고 불호령을 내리셨다.

그렇게 귀하게 사랑받으며 자란 덕분에 지금도 많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다.


나를 존중하고 귀하게 여길 수 있는 마음을 아낌없이 가르쳐 주고,

유산으로 물려준 부모님...

맛있는 식사를 같이하며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음이 안타깝고 슬프다.

오늘 최고로 나를 대접하고 사랑하며 부모님께 감사인사를 드려야겠다.



© jannerboy62, 출처 Unsplash


포기하지 않고 세상에 존재케 해 주신 부모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손에 흙 묻히면 안 된다며 곱게곱게 길러주시고,

남아선호사상이 컸던 시절임에도 대학생인 오빠에게

중학생인 제 밥을 당부하고 출타하셨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해요.


오빠 따라 토끼풀 베러 갔다 다쳐서 왔을 때 저 데리고 나갔다고 무척 혼내셨죠?

제가 따라간 거였는데 혼나는 오빠한테 참 많이 미안했었어요.

언니한테는 밭에 일하러 가자하시면서, 

저한텐 심심하면 놀러 가자고 하시던 편파적인 모습 너무 생생하네요.

그땐 당연한 줄 알았는데 언니오빠들이 얼마나 서운했을까요? 


아버지 환갑잔치를 하던 날도 생각나네요.

90년대 초반이라 동네잔치를 하는게 당연한 때였죠?

10월 초라곤 하지만 얼어있는 갈비를 손질하려니

너무 손이 시렸던 큰언니가 잠깐 손 녹이고 올 동안 고기를 지키라고 했어요.

시골이라 동네 개들이 피냄새 맡고 올 수도 있다며...

그때 일 보러 나갔다 돌아오던 엄마가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막내딸한테 일시 켰다며 불호령을 내셨죠?

치사하다며 투덜대던 언니들의 볼멘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듯해요.


부모사랑 많이 못 받아 불쌍하다고 마구마구 퍼주시던 그 마음이

언니오빠들에게 전해졌는지, 지금도 절 무진장 애틋하게 대해줘요.

몸이 약한 제가 안쓰러워 제대로 눈도 못 감으시던 아버지는

큰언니에게 제가 많이 아프다며 잘 돌보라고 유언하고 가셨다죠?

그래서, 제가 아프면 언니오빠들이 더 걱정을 해서 

운동도 열심히 하고, 맛있는 것도 잘 챙겨 먹고 있어요.


엄마가 이뻐하던 막내사위는요.

여전히 장모님 앓이 하면서 잘 지내고 있고요.

아직 콩깍지가 안 벗겨져서 저랑 아이들밖에 모르고 있답니다


꼬깃꼬깃 모아 둔 돈 쥐어주며 맛있는 거 사먹으라던 손주들도

어느새 다커서 엄마가 좋아하던 공무원이 되었어요.

하늘에서도 흐믓하시죠?

저희 이렇게 잘 살고 있으니 이제 걱정마시고 편히 쉬세요.


저 이렇게 잘 나눠주고 사랑받는 귀한 사람으로 낳아주시고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엄마처럼 항상 베풀며 섬기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께요.


2023. 6. 7. 

                                                     눈에 넣어도 안아픈 막내딸 올림

작가의 이전글 나를 나답게 키우기 위한 성장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