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고 사랑합니다.
생일날이다.
언니오빠가 여섯이나 있는 부모님께 나의 존재는 그렇게 반가운 소식이 아니었다고 한다.
아니, 병원에까지 갔었는데 차마 지울 수가 없었다고 하셨다.
그렇게 7남매의 막내딸로 태어났다.
그 미안함 때문인지 엄마는 나를 특별하게 사랑해 줬다.
언니오빠들이 심부름이라도 시키면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한테 일 시킨다고 불호령을 내리셨다.
그렇게 귀하게 사랑받으며 자란 덕분에 지금도 많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다.
나를 존중하고 귀하게 여길 수 있는 마음을 아낌없이 가르쳐 주고,
유산으로 물려준 부모님...
맛있는 식사를 같이하며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음이 안타깝고 슬프다.
오늘 최고로 나를 대접하고 사랑하며 부모님께 감사인사를 드려야겠다.
© jannerboy62, 출처 Unsplash
포기하지 않고 세상에 존재케 해 주신 부모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손에 흙 묻히면 안 된다며 곱게곱게 길러주시고,
남아선호사상이 컸던 시절임에도 대학생인 오빠에게
중학생인 제 밥을 당부하고 출타하셨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해요.
오빠 따라 토끼풀 베러 갔다 다쳐서 왔을 때 저 데리고 나갔다고 무척 혼내셨죠?
제가 따라간 거였는데 혼나는 오빠한테 참 많이 미안했었어요.
언니한테는 밭에 일하러 가자하시면서,
저한텐 심심하면 놀러 가자고 하시던 편파적인 모습 너무 생생하네요.
그땐 당연한 줄 알았는데 언니오빠들이 얼마나 서운했을까요?
아버지 환갑잔치를 하던 날도 생각나네요.
90년대 초반이라 동네잔치를 하는게 당연한 때였죠?
10월 초라곤 하지만 얼어있는 갈비를 손질하려니
너무 손이 시렸던 큰언니가 잠깐 손 녹이고 올 동안 고기를 지키라고 했어요.
시골이라 동네 개들이 피냄새 맡고 올 수도 있다며...
그때 일 보러 나갔다 돌아오던 엄마가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막내딸한테 일시 켰다며 불호령을 내셨죠?
치사하다며 투덜대던 언니들의 볼멘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듯해요.
부모사랑 많이 못 받아 불쌍하다고 마구마구 퍼주시던 그 마음이
언니오빠들에게 전해졌는지, 지금도 절 무진장 애틋하게 대해줘요.
몸이 약한 제가 안쓰러워 제대로 눈도 못 감으시던 아버지는
큰언니에게 제가 많이 아프다며 잘 돌보라고 유언하고 가셨다죠?
그래서, 제가 아프면 언니오빠들이 더 걱정을 해서
운동도 열심히 하고, 맛있는 것도 잘 챙겨 먹고 있어요.
엄마가 이뻐하던 막내사위는요.
여전히 장모님 앓이 하면서 잘 지내고 있고요.
아직 콩깍지가 안 벗겨져서 저랑 아이들밖에 모르고 있답니다
꼬깃꼬깃 모아 둔 돈 쥐어주며 맛있는 거 사먹으라던 손주들도
어느새 다커서 엄마가 좋아하던 공무원이 되었어요.
하늘에서도 흐믓하시죠?
저희 이렇게 잘 살고 있으니 이제 걱정마시고 편히 쉬세요.
저 이렇게 잘 나눠주고 사랑받는 귀한 사람으로 낳아주시고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엄마처럼 항상 베풀며 섬기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께요.
2023. 6. 7.
눈에 넣어도 안아픈 막내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