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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온미라클 Jul 06. 2023

이 또한 지나가리라

포기는 배추셀때나 쓰자

  살다 보면 넘지 못할 것 같은 한계에 부딪힐 때가 참 많은 것 같다. 때로는 내 맘처럼 자라주지 않는 자녀 때문에 숯검댕이 가 되기도 하고, 억울한 오해로 분통이 터져 미쳐버릴 것만 같은 날도 있으니 말이다. 어디 그뿐인가?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제자리에서 맴맴 거리는 날은 또 얼마나 많은가? 산 하나를 넘고 겨우 숨 좀 돌리나 싶은데 턱하고 가로막는 또 다른 산 앞에 한없이 쪼그라들며 시퍼렇게 멍이 들도록 발버둥질도 해봤다. 그렇게,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더 단단해지는 칼처럼 수많은 환호와 절망과 우여곡절로 단련되고 익어가며 ‘이 또한 지나가리’란 인생철학이 만들어졌다.  

   

  중소기업의 인력지원과 여성들의 취업 알선 기관에서 근무하던 십수 년 전에 기업유치를 시정목표로 삼은 자치단체장님 덕분에 최전선에 투입된 전투부대가 된 일이 있었다. 이전해 오는 기업의 홍보와 인력지원을 모두 감당해야 했는데,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녀도 쉰내만 풀풀 날릴 뿐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퇴로를 차단당한 채 앞으로만 전진해야 했던 군사들처럼 매일매일 새로운 주문이 쏟아졌다. 중요한 것은 ‘만들라’는 주문만 있을 뿐 ‘어떻게’라는 구체적인 방법이 없고, 실현 불가능한 주문임을 모두가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이디어를 쥐어 짜내야 하고, 행동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했다. 덕분에, 무리한 업무를 수행하느라 한계에 부딪힌 체력과 상처 입은 자존심으로 센터를 떠나는 직원들이 속출했다. 하긴, 열심히 뛴 만큼 보람도 있고 자부심도 있어야 하는데, 맨땅에 헤딩하는 것 같고 모래벌판에 나무를 심고 있는 것 같았으니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당연히 내 체력과 인내심도 바닥을 치고 있었다. 입사한 지 몇 개월 되지 않은 때라 일의 즐거움보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고 있는 것 같은 절망에 ‘포기’란 단어가 슬그머니 기어올라 왔다. 그때, 다른 한 켠에서 또 다른 자존심이 강하게 올라왔다. ‘이곳이 없어지지 않는 한, 누군가는 이 일을 계속해서 하겠지? 그 누구가 하는 일을 내가 못한다는 게 말이돼?’ 오기가 생겼다. 서푼도 안되는 자존심과 강렬한 울림의 끈이 똘똘 뭉쳐 힘든 고비를 버티게 해주는 동아줄이 되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죽을 듯 힘들고 넘지 못할 것 같았던 거대한 벽이 사라지는 게 느껴졌다. 대신 수고했다는 칭찬과 신뢰, 두려울 게 없는 배짱으로 두둑하게 채워진 한 아이가 뿌듯하게 웃고 있는게 보였다. 그때부터 힘든 순간이 오고, 벽에 부딪힐 때마다 포기하고 도망가는 한숨을 쉬기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시간을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10년을 넘게 실무 총괄과 기관장으로 근무하면서 가슴 철렁한 일들과 수도 없이 부딪혔다. 그때마다 제일 먼저 그때의 일들이 떠오르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 말이 온몸의 세포를 깨우며 들려온다. ‘그래, 그 산도 넘었는데 이것쯤이야.’ 하는 자신감이 장착되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할 수 있는 지혜가 생겼다. 덕분에, 시간을 기다릴 줄 아는 여유와 부화뇌동하지 않는 차분함을 가질 수 있었으니 내게는 생명줄과도 같은 말이고 삶을 이뤄가는 근간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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