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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온미라클 Jul 26. 2023

현재진행형 '국제시장'

지금도 흐르고 있는 추억의 영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무엇일까?' 조용히 생각해 봅니다.

얼른 생각이 나질 않네요. 동적인 것보다는 정적인 걸 선호하는 편이라 TV나 영화를 보는  것보다 책을 읽고 조용히 지내는 걸 더 좋아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딱히 광적으로 좋아하는 영화가 없는 것 같아요. 살아온 세월이 있으니 이것저것 많은 영화들을 보긴 했지요. 그때그때 흥행하는 영화들을 웬만큼 본 것도 같은데 이거 다 하고 가슴을 파고든 영화를 꼽긴 힘들어요. 감동으로 한동안 설레기도 하고, 울고 웃으며 잠깐씩 헤어 나오지 못한 영화도 많이 있어요. 하지만, 그게 제 삶과 연결되고 저의 일부가 되어 함께 살아가는 역사까진 못된 것 같아요.




그럼에도 하나를 꼽자면 ‘국제시장’을 꺼내보고 싶어요. 가족들을 위해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우리 부모님들의 삶을 그린 영화이면서 어느 부분은 제가 살아온 삶이기도 하기에 기억에 남는 영화지요.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평생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며 산 주인공 ‘덕수’의 모습이 우리 엄마의 모습이고, 지금 남편의 모습과 닮았거든요. 그래서 ‘덕수’의 굽은 어깨와 주름진 얼굴을 볼 때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파요.


 영화가 개봉됐을 때 동네에 있는 극장에서 처음 국제시장을 본 뒤로 TV에서 몇 번인가를 더 봤어요. 일회성으로 즐길 수 있는 예능프로그램 외엔 TV를 잘 안 보는 데 이 영화는 자꾸 보게 됐지요. 아마도 현재 진행형인 남편의 유별난 가족 사랑이 그 속에 담겨 있었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그러다 2016년 1월에 ‘꽃분이네’를 직접 보고 싶어 부산으로 가족여행을 갔어요. 우연한 기회에 마주하게 되면 열심히 구경도 하고 즐기기도 하지만 일부러 촬영지를 찾아다니진 않는 데 지금 생각해 봐도 참 별일이에요. 시장 골목길을 누벼 찾아낸 꽃분이네 간판에 감격하고, 기념사진은 물론 영화 얘기로 한참을 머물러 있다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어요. 그렇게, 저답지 않은 외도를 하게 한 영화였고,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준 단 하나이기에 참 소중한 영화랍니다.


 그때 국제시장에서 맛있는 걸 먹고 즐겼던 그 행복한 순간이 덕수처럼 굽어가는 남편의 어깨를 활짝 펴주는 힘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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