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건강키워드 SF311055
새벽 기상 후 침대 스트레칭으로 몸을 깨우고 스마트워치를 차며 하루의 문을 연다. 비바람이 거세게 불거나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날을 제외하곤 점심과 저녁식사 후에 1시간 30분 정도 걷는 일을 10년이 넘도록 하고 있다. 이쯤 되면 습관을 넘어 뼛속까지 박혔을 텐데도 참 무서운 게 편하고 싶어 하는 유전자의 꼬드김인 것 같다. 조금만 게으르면 여지없이 저 멀리 달아나 버리니 말이다.
당신 닮아 태생적으로 약하디 약한 나를 잘 돌보라는 게 아버지의 마지막 유언일 정도로 난 가족들의 근심 덩어리였다. 젊음을 믿고 자만하다 건강에 적신호가 크게 울렸던 적이 있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간신히 되찾은 건강을 게으름 때문에 다시 잃을 순 없었다. 묘안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쥐어짰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게 'SH311055' 란 건강 키워드다. 계단(또는 스쿼트) 100개, 스트레칭 30분과 만보 걷기로 10년 동안 55 사이즈 유지하기란 뜻이다. 그때부터 게으름과 나약함에 빠져 허우적댈 때 나를 살리는 마법 주문이 되었다. 덕분에 10년째 55 사이즈를 유지하면서 그럭저럭 건강을 잘 유지하고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2006년 1월에 중국 여행을 간 적이 있다. 1979년 개혁개방정책 발표 후 30년이 다 돼 가는 때였지만 국가에서 지정하는 곳을 일정에 넣어야 했다. 그렇게 해서 방문한 곳이 유명하다는 어떤 한의원이었는데, 북경대 교수님이 관광객들의 진맥을 집고 한약을 판매하는 광경에 적잖이 놀랬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나에게 주어진 처방은 '운동만이 살길이니 열심히 운동하라는 것'이었다. 이후에도 같은 진단과 처방을 가는 한의원이나 병원마다 받은 것 같다.
하지만, 무슨 근자감에서인지 그 말들을 귓등으로 흘려듣고 움직이질 않았다. 자만심과 무지함에 내 몸뚱이는 어느샌가 구제불능이 돼가고 있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더 이상 움직일 힘이 남아 있지 않아 누워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당연히 살림은 뒷전이고 외식과 가족들의 기도로 근근이 버텼다.
어느 날 놀러 가자는 막내아들에게 "엄마가 아프니까 다음에 놀러 가자"라고 했던 적이 있다 그때 "엄마는 다음에도 아플 거잖아"라는 아들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때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굳어 있는 근육을 풀기 위해 죽을 듯 아픈 경락을 받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간신히 달래며 걷기 시작했다. 주저앉고 싶고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아들의 울부짖던 소리가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온몸을 쥐어짜 듯 고통스러운 경락을 받은 시간이 억울해서도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1년여의 시간이 흐르자 움직임이 달라지고, 건강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한여름에도 달고 살던 감기와 작별 인사를 한 건 물론이고 봄가을로 드나들던 한의원을 찾는 횟수도 부쩍 줄었다. 그때부터 내 삶의 제1 원칙은 건강관리가 되었다. 때로는 게으르고 때로는 바쁘다는 핑계로 못 지킬 때도 있지만 'SH311055'라는 마법 주문 덕분에 지금도 꾸준함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감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내일도 나는 새로운 10년 동안의 55 사이즈를 위해 걷고 또 걸으며 열심히 외칠 것이다. 그리고 지켜낼 것이다. 나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 또, 더 젊고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서 감사의 탑을 쌓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