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꽃밭에 살다> 김미자, 나는별
기말 고사 공부를 해야 하는데 공부를 하기 싫어하는 첫째를 꼬셔서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자고 꾀었다.
가는 김에 동생들까지 데리고 가서 공부를 시켰다.
셋째를 데리고 어린이 열람실에 다녀오니 두 녀석 다 자리에 없다. 둘 다 서가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고르느라 바쁘더니 둘째가 이 책을 내민다.
"엄마가 좋아할 것 같아서, 읽어 봐."
서울 생활을 힘들어하던 내가
경기도에 사니 숨쉬는 것 같다고
늘 말하고 다녀서인지
서울 생활을 접고 시골에 집을 지어
그림책방을 하는
저자의 그림책을 가져다 준다.
아이가 되려 나를 잘 안다고 생각할 때가
이런 순간이다.
<그림책꽃밭에 살다> 김미자 (나는별 출판사)
시골에 살게 된 '감자꽃'님이
당진에 터를 잡게 된 이야기, 집을 짓게 된 사연,
그림책방에서 살아가는 이야기와
그림책방에서 만난 인상깊었던 손님들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있는 책이다.
그 중에서도 인상깊었던 이분의 친정아버지에 대한 기록이다.
화물 트럭을 모는 일을 생업으로 삼으신 아버지가
오래 전 (꽤 오래 전에 있었던 에피소드이다.)
과속으로 범칙금을 받았는데 소명할 길이 없다가
매일 일기를 쓰신 아버지가 일기를 가지고 가서
자신의 차는 그곳을 지나가지 않았음을
증명해냈다는 일화
감자꽃님이 딸로서 그런 아버지의 이야기를
또다시 기록으로 남기고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이 에피소드.
흘러가는 시간들
그저 아무 것도 아닌 일상들을
담은 일기 같지만
그 한줄의 기록이 아버지를
구해내었던 한 줄이 되었다는 걸
흘러가는 일상과 똑같지만
늘 다른 마음과 생각들, 일상들에 대한
기록이 중요하다는 걸 알려주는
나에게 주는 메시지 같다.
그림책방 앞마당에서 치른 따님의 결혼식 사진을 보며
분홍색 셔츠 차림의 혼주로서의 옷이
그 어느 한복 보다 빛났다.
나도 그저 그런 일상을 사는 것 같지만
그 흘러가는 일상을 붙잡아서
소중하게 내 손에 담아
이 곳에 담는다.
둘째가 추천해 준 이 도서관에서의 찰나
이 책을 만나고 이 저자의 삶을 바라본 나의 시간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