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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감독 Jun 22. 2021

환자의 서

1. 다리가 부러지다.

불혹이 지난 나이에 축구라는 걸 제대로 한건 이미 3-4년이나 전일이다.

가뜩이나 코로나로 인해 운동다운 운동도 하지 못하며

일 년이 넘게  지내오던 내가


갑작스레 풋살 시합에 초대받은 건 매우 들뜨고 기분 좋은 일이었다.


어려서부터 축구를 좋아했고  오랜만이긴 하나 잘하든 못 하든 사람들이 모여서  승부를 가리고 같이 뛰고 공을 차는 건 아주 유쾌한 일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아무 거부감 없이  별 고민 없이  인원이 모자란다는 풋살모임 초대에 응하게 되었고

결과는 지금 과 같다...


고양시 인근 실내 풋살장에 모인 인원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다 합쳐 9명 내외 나이도 있고 체력 저하도 있기에

교체 없이 풀로 경기를 뛰는 건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살살 쉬엄쉬엄 전후반 20분씩을  정해놓고

앉아 일어 서로  팀을 정했다.

그리고 시합이 시작되었다. 별다른 몸풀기 없이 바로 시작된 경기.

역시나 예상했던 것처럼 체력이 영 따라주질 않았다.

가뜩이나 풋살은 경기장이 좁고 공수 속도가 워낙 빠르게 전환되기에 쉴 여유가 많지 않다.

그리고 인조잔디라는 것도 운동장 모래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고 이질적인 푹신함을 전해주고 있었다.


사고가 난 건 불과 전반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이미 우리 팀은 한참 지고 있었고 나는 체력  안배를 위해 키퍼로 역할을 바꾼 지 얼마 안 된 시점.


인조잔디 사이에 하얀 마킹들이 된 부분들이 약간 파여있었는데 그곳에 발을 딛고 수비를 위해 방향을 급선회하던 중 바로 모두가 들릴 정도로 큰 '빡'소리와 함께

내 정강이 뼈가 부러져 버렸다.


느낌만으로 알 게 아니었다. 내 다리가 부러지는 걸 보았고 심지어 뼈가 살을 뚫고 밖으로 나오는 끔찍한 비주얼이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으니....


나는 바로 엎어졌고 다친 다리를 끌어안고 사람들에게 외쳤다. '다리가 부러졌으니 응급차를 불러주세요.'


너무나도 놀라운 상황이었기에 아픔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약했나?  사람 뼈가 이렇게 쉽게 부러지나?


경기는 그렇게  멈추고 모두가 나를 비잉 둘러 지켜보고 있었다. 20분 정도 지나 응급차가 올 때까지?

그 혼자 심호흡을 하며 버틴 그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그중 8할은 고민과 관련된 부분이다.

집에 있는 강아지는 어쩌지? 새들은?(앵무새 두 마리와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고 있다.)

다음 주 촬영 스케줄은 어쩌지(본업이 배우다) 부러진 다리는 얼마나 걸려야 다시 걸을 수 있지? 등등등


응급차가 오고 내 다리 상태(뼈가 밖으로 나온 건 오픈이라고 부르더라 그리고 오픈된 골절상은 오염 문제가 더해지기에 치료가 용이하지 않다더라)

를 보더니 꽤 나 심각해져서 바로 이송을 시작하였다.

우선은 가장 가까운 명지병원으로 가는 걸로...

나중을 생각해서 수술을 거주지 인근으로 변경해도 된다고 구조요원분이 이야기를 주셨지만. 이 상처로 빨리 치료받지 않고 또 긴 시간을 이동하는 건 도저히 내 선택지에 포함이 될 수 없었다.

그래서 난 바로 명지병원에서 수술 입원까지 진행하겠다고 결정을 했다....


그리고 살아오면서 가장 아픈 응급처치(마취 없이 부러진 뼈 다시 맞추기)를 하고 난 입원을 하게 되었다.


면회도 안되고 보호자도 동반이 되지 않는 5인실 병동에서......

P.S 글 내용이 다소 불편함을 야기시킬 수도 있기에 귀여운 코코 사진으로 완충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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