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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선미 Nov 23. 2018

아빠, 뻐꾸기가 울어요

이안, <유월>

유월

-일요일

이안



아빠, 뻐꾸기가 울어요.


― 뻐꾸기시계 소리일 거야.


뻐꾸기가 운다니까요.


― 아냐, 뻐꾸기시계 소리래두.


그럼, 뻐꾸기시계새가 뻐꾹뻐꾹 날아다니며 운다고 해 둘게요.


― 거봐, 뻐꾸기시계 소리지.


『글자동물원』 (문학동네 2015)



옛이야기 속 뻐꾸기는 떡국 떡 하나가 모자란다는 이유로 시어머니에게 맞아 죽은 며느리였다. (억울하여라, 그 떡국 떡 하나는 국자 밑에 붙어 있었다!) 배고팠던 그때엔 ‘뻐꾹 뻐꾹’ 소리가 ‘떡국 떡국’ 들렸던 모양이다. 유월 일요일 아침, 늦잠을 자고 있는 아빠에게 뻐꾸기 소리는 어떻게 들릴까. 5분 지났어요, 아빠, 약속했잖아요, 아빠, 일어나요, 아빠 아빠. 아냐, 아냐, 아직 5분 아냐. 고단한 아빠에겐 뻐꾸기처럼 고운 아이의 목소리가 단잠을 깨우는 자명종 소리로 울릴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되면 문을 열고 나와 우는 시계새는 보통 뻐꾸기다. 뻐꾸기는 다른 새의 둥지에 탁란(託卵)을 하는데, 제 새끼가 원래의 새끼들보다 하루나 이틀 먼저 부화되도록 하려면 시간을 꼭 맞출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뻐꾸기는 다른 새를 속이는 거짓말쟁이 새이면서, 시간을 꼭 지키는 시계새가 된다. 일요일 아침, 뻐꾸기는 충분히 날렸다. 그런 아빠를 “뻐꾸기시계새가 뻐꾹뻐꾹 날아다니며 운다고 해 둘게요”라며 아이는 아직 기다려주고 있다. 아빠들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시라. 뻐꾸기 울음보다 맑고 환한 아이의 웃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 뻐꾸기의 영어 이름 ‘cuckoo’처럼 자꾸 웃음이 나게 만드는, 햇살 가득한 휴일 아침의 동시다.



[도서관이야기] 2017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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