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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선미 Nov 23. 2018

기특해서 그려

송찬호, <딴통메 사과나무>

딴통메 사과나무

송찬호



딴통메* 사과 농장 아저씨가

빨간 사과 몇 개 달려 있는

어린 사과나무를

업고 있는 걸 보았다


우리가 지나가다가,

딴통메 농장에서는

사과나무를

업어서 기르나 보네요, 하니까


얼굴이 붉어진 딴통메 아저씨가

어이구, 그게 아니구

이 어린게 어젯밤 태풍을 이겨낸 게 기특해서 그려,

하고는 얼른 내려 놓는다


*충북 보은군에 있는 마을 이름.


⟪초록 토끼를 만났다⟫(문학동네 2017)



<산해경> 속 젖꼭지 눈에 배꼽 입을 달고 있는 형천이나, 뱀의 몸에 인간 얼굴을 가진 촉음이 아니더라도, 신기할 수 있습니다. 마그리트의 그림처럼 파이프 그림에 한 문장 적어 넣거나 일상의 풍경을 엉뚱하게 겹쳐만 놓아도 신기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린 것이 장한 짓을 하거나 기특할 때면 ‘업어 주고 싶을 만큼 이쁘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딴통메는 얼마나 신기한 고장인지, 그곳에서는 비유적으로 ‘업어 주고 싶을 만큼’이 아니라, 대견하다고 사과나무를 진짜 업어 주고 있네요. <어젯밤 태풍을 이겨 내고 빨간 사과 몇 개를 지켜낸 어린 사과나무가 대견하다>는 문장을 이렇게 사랑스럽게 표현할 수 있다니요. 3연의, 제 자식(같은 사과나무) 귀해도 남들 앞에 드러내고 자랑않는 모습에서 요즘 우리들과는 다른, 딴통메 아저씨 그 우직하고 순박한 캐릭터가 읽히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이 딴통메 아저씨이기에, 1연의 상황도 가능하였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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