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찬호, <상어>
상어
송찬호
앗!
상어에게
선물을 잘못 보냈어요
상어에게
구두를
보내다니요
상어가
발이 생겨
바다를 쿵쿵 뛰어다닌다면 몰라도!
《저녁 별》(문학동네 2011)
폴 오스터의 소설에서처럼 잘못 걸려온 전화 한 통, 택배 하나는 견고해 보였던 일상에 균열을 일으킵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묻지요. 상어에게 구두를 보내다니. 이것은 분명 '잘못' 보낸 선물입니다. 하지만 이 잘못 보낸 선물 ‘덕분’에 상어에게 발이 생겨나는 건 아닐까요? 발까지는 아니라도 이 ‘신발' 덕분에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상상을 하게 되었어요. 발이 있는 상어, 구두를 신은 상어, 바다를 쿵쿵 뛰어다니는 상어. 구두를 신은 상어의 발자국 소리는 바닷속에서 어떻게 날까요? 송찬호 시인의 첫 동시집 ⟪저녁 별⟫에는 <상어>, <칠점무당벌레>, <연못>, <호박벌>처럼 ‘잘못’ 걸려온 전화들이 많아요. 초록 토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잘못 걸려온 전화가 아주 많을 것 같은 행복한 예감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