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롤모델> 3

ep03

by 가람

3


팀장은 그런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나는 그녀의 처음을 모른다. 그래도 그녀처럼 되고 싶어 ‘옛날의 그녀라면 어떻게 했을까?’ 멋대로 상상하며 움직였을 뿐이었다. 지적을 받더라도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삼고 업무 노트에 반성문을 써내려 갔다.


몇 주 후 그녀는 환영의 의미에서 첫 팀 회식을 제안했다. 뭘 먹고 싶냐는 질문에 ‘치킨 어떠세요?’라고 대답했더니 한바탕 웃고 법카 찬스는 이럴 때 쓰는 거라며 비싼 한우 고깃집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고깃집이라고 해서 긴장했으나 다행히 무조건 신입이 집게와 가위를 들어야 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역시 우리 회사는 달라!’ 감탄하며 1차를 즐기고 2차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겨 술기운이 미열처럼 오르던 때, 팀장님이 나를 보며 물었다.


“수진님은 일하는 거 어때요? 힘든 건 없어요?”


“할 일 찾아서 하고 있기는 한데 아직 모르는 것도 많고 차차 배워야죠”


일이 쉽다는 얘기를 했다가는 건방져 보일 것 같아서 조금은 약한 소리를 섞어 대답했는데 미적지근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치 그치. 아직 촬영도 안 가봤고…….”


피드백을 기대했지만 그녀는 바로 질문 타겟을 다른 팀원으로 바꿔 장난 섞인 목소리로 물어봤다.


“우리 아람님은 뭐 어려운 거 있나?”


술기운이 오른 아람 선배는 샐샐 웃으며 이 업무도 재미있고 저 업무도 재미있다는 말을 늘여놨다. 팀장님도 끄떡끄떡거리며 “그래, 아람은 잘하고 있어!” 응원의 말을 해주는데, 순간 그 자리에 있던 다른 팀원들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흘렀다. ‘기분 탓인가?’ 다들 술잔이 비어있길래 맥주를 한 병 더 주문했다. 그 뒤로 한 시간 동안 영양가 없는 대화가 오고 갔고, 분위기는 달아오를 줄 몰라 해산했다.






나도 잘하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입사 3주 차에 그런 말을 듣고 싶었던 건 욕심이었던 건가. 지하철을 타려는데 기분 좋게 취한 아람 선배가 같은 방향이라며 같이 가자고 했다. 지하철 안에서도 선배의 팀 사랑, 업무 사랑은 끝이 날 줄 몰랐으며 환승 지점에서 인사를 하고 내리니 그제야 숨통이 트였다. 역에서 내려 걸어오는 길에 ‘언제쯤 팀장님의 신뢰를 받는 팀원이 될까’ ‘얼마나 더 노력해야 잘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 뒤로도 회식을 몇 번 했고, 그때마다 똑같은 질문을 받았지만 한 번도 ‘잘하고 있어’란 대답을 들은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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