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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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워지고 싶고 닮고 싶다고 생각해왔던 팀장님에게 지적을 받은 날이면 하루 종일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었다. 이 일을 시작으로 지적은 끊이질 않았다. 내가 신입 때 진성 선배를 대하던 것처럼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하지만 위로하는 목소리로 점심시간이 되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며 나를 이끌었지만 할 일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나에게 그럴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었다. 면목이 없었다. 이런 날이면 신기하게도 팀장님은 약속이 있거나 다른 팀과 합류하기로 했다며 우리 팀과의 점심을 피했다. 중요 메일 참조인에서 나를 슬쩍 빼고 문서를 공유하는 행동이나, 유난히 신경이 날카로워 보이는 날 촬영 중 나를 슬쩍 치고 가는 팀장님의 뒷모습을 보면서도 내 기분 탓이겠거니 하고 넘어갔다. 그게 신입이 지녀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야근이라도 있는 날에는 그날 지적받았던 것을 만회하고자 졸린 눈을 붙잡고 일을 했다. 혹시나 내가 내놓은 아이디어가 우리 팀을 집에 일찍 보내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던져 보았지만 결국 회의를 이끌어 가는 건 팀장님과 아람 선배였다. 그리고 그 둘의 생각을 포토샵으로 구현해줄 디자이너. 나와 진성 선배는 그저 깍두기처럼 앉아서 회의록을 작성하거나 회의실 문을 닫거나 프로젝터 모니터 전원을 켜거나 하는 일을 담당했다. 이건 제작팀과의 회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난 팀장님의 뒷모습을 보며 ‘어떤 아이디어를 내놓아야 무시받지 않을 수 있을까’ ‘진성 선배도 지금 나와 같은 기분일까’ 생각하기를 반복했다.
아무리 신입이라도 참을 인자를 새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연이은 밤샘으로 몸이 성치 않으면 감정 조절이 더욱 어려워지는 법. 체력이 바닥나면 별 것 아닌 일에도 눈물샘이 작동하곤 한다. 우리 회사 채용 공고 복지란에는 ‘커피 머신과 최고급 원두 제공’이라고 적혀 있는데, 겪어보면 복지라기보다는 골칫거리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한 달에 몇 십만 원씩 드는 커피 값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은 명백한 복지라고 할 수 있지만, 커피 머신 청소를 매주 팀 별로 돌아가면서 해야 한다는 건 입사 전 아무도 몰랐을 테니 말이다.
나흘 내내 야근을 하고 오래간만의 칼퇴에 그날 커피 머신 당번이 나였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퇴근한 건 명백히 내 잘못이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팀 단톡방에서 면박을 주고 사과를 받아낸 팀장님의 행동에 그간 참았던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내일 아람님 말고 수진님이 청소하세요.’라는 카톡에 ‘네’라고 답하자 팀장님은 ‘다다음 주 팀 회식 있는데 목요일 어때요?’라고 화제를 돌렸다. 다른 팀원들이 즐거움에 가득한 이모티콘을 보낼 때, 나는 대답하고 싶지 않았지만 ‘괜찮아요.’라고 답하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