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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가람 Jul 12. 2021

운동부족을 해소하는 신박한 방법

시골에서 스타트업 하기










스타트업도 사무직인 만큼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일할 때가 많다. 개발자는 말할 것도 없고, 다른 멤버들 역시 일주일 안에 모바일 화면 수십개와 사업계획서와 피티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 오전 내내 화장실도 안 가고 한 자리에 앉아서 일할 때도 있다.


이 상황이 참으로 역설적인 것은 위토피아 사무실이 위치한 경북 봉화(경남 봉하마을과는 다르다...!)는 전국 최고의 오지라 할만한 자연환경 속이라는 것이다. 도시 한복판에서 회사 다니는 사람들이 운동부족이라는 건 다들 납득할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다보니 도시인들보다 더 운동량이 부족하다!


나는 걷기, 뛰기, 구기 등 모든 운동을 별로 안 좋아하기 때문에 그나마 몸을 움직이는 것은 잡초를 뽑거나 농사를 짓거나 산나물을 캐러 다니는 때이다. 그래서 일하다가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차오르면 자리를 박차고 나가 정원에서 잡초를 뽑곤 한다. 우리는 정원에 제초제를 안 쓰기 때문에 언제나 일거리는 널려 있다. 잡초를 뽑기 전에 사진을 찍고, 무성한 잡초를 뽑은 후 애프터 사진을 찍어서 비교하면 아주 보람이 있다.


산책 회의를 하자고 한 것은 여름이 되면서 저녁시간이 매우 쾌적해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경북 봉화는 고도가 400미터 정도이고 저수지와 계곡을 끼고 있어서 저녁이면 거의 산 속에서 에어컨 바람이 불어온다고 느낄 정도로 시원해진다. 저수지 옆 길을 걸으면서 회의를 하니 하루 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제법 날아갔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시골에서 스타트업을 하냐고, IT  스타트업이라면 역시 강남이나 판교 아니냐고들 한다. 물론 그런 환경에서 최상의 성과를 발휘하는 회사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에서 태어나고 스무 해 넘게 살다가 탈출해서 17년간 시골생활을 해본 입장에서 감히 말하건대, 기술의 최첨단을 달려야 할 테크 종사자들에게 대도시는 그리 좋은 환경이 아닌 것 같다. 하루 종일 기계와 씨름해야 하는데, 퇴근하고 나서도 봐야 하는 것이 콘크리트와 금속뿐이라면 좀 너무하지 않은가.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직업과 자녀교육, 생활의 편의와 같은 부분들이 해결된다면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살고 싶은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다.


항상 일하느라 바빠서 카약을 사놓고도 못 타서 속상했는데, 정말 다음번에는 고프로라도 달고 나가서 호수 위에서 회의를 해봐야겠다. 혹시 아는가, 수상 레저 스포츠에 관련된 획기적인 아이템이 떠오를지.




글 & 웹툰콘티/ 김가람,  그림/ 첼시(권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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