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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랑비메이커 Apr 22. 2019

걸음을 멈추고 생각을 해볼 때

길 위에서 문득 관계를 생각하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그 주변만 맴맴 돌다가 아무 의미도 무게도 없는 이야기만 던지다 돌아올 때가 있다. 어떨 때는 무슨 말을 하려고 했었는지조차 잊어버릴 때가 있다. 그렇게 망설임과 망각의 사이에서 엉거 주춤을 하다 보면 다시 입을 열 필요도 없이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도 있지만, 되려 더 깊어지거나 넓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한마디면 충분했을 이야기가 긴 서사로까지 번지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길어지는 건 뱉는 말만이 아니다. 그 말을 사이에 둔 채로 차가워지는 표정과 깊어지는 감정들이 다시 회복되기에도 긴 시간이 걸린다.


삶은 서로 아끼며 위해 주기에도 짧다고들 하는데 그 가운데 서있는 우리는 자주 머뭇거리다 그만 툭, 놓아버리거나 끊어버린다. 놓아버린 것을 다시 쥐기 위해서는 힘을 주어야 한다. 하지만 너무 힘을 주어서 끊어져 버린 것들은 어떻게 해야하지.


강약 중강 약.

플레이 버튼과 정지 버튼.


어떤 관계는 조금 더 밀어붙이며 나아가야 하고 어떤 관계는 느슨해야만 한다. (사실 하나의 관계에서도 순간마다 서로 다른 강약 조절이 필요하다.) 어떤 대화는 계속해서 이어져야만 하고 어떤 말은 반드시 멈춰야만 한다. 무탈한 관계가 계속되기 위해서는 관계를 향한 성실함만으로는 부족하다.


오늘은 그 사실이 나에게 새로운 무너짐이 되었지만 내일은 어쩌면 또 다른 위안이 될지도 모른다. 때때로 멈춰야만 했지만 뒤돌아 보았을 때 우리는 무념한 걸음만으로 그저 잘 걸어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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