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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랑비메이커 Aug 24. 2019

나라는 세계로 들어오는 문을 늘려가는 일

타인은 그저 내 삶의 방문객일 뿐, 선택은 나의 몫.

당신과의 대화 3

선을 넘지 못해 머뭇거리는 당신


 

 “그건 나라는 사람으로 들어오는 입구가 많아지는 거라고 생각해보면 어때?”



 나는 주로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일을 하지만 그것만이 내 일의 전부는 아니다. 이따금 카메라를 들고나가 사진을 남기고 포스터와 엽서와 같은 것들을 제작하기도 한다. 또 한 달에 몇 번 사람들을 모아, 함께 대화하고 글을 쓰는 수업을 진행하고 그보다 더 드물게는 오프라인 마켓에 나가 직접 사람들과 마주하며 책을 판매한다. 책과 관련 없는 일을 하기도 하는데 주로 영화 시사회에 초대되어 관람 후 리뷰를 남기는 일, 혹은 특정 주제에 관한 칼럼을 쓰는 일이다. 누군가 내게 직업을 물어올 때면 이 모든 것을 내포하는 정확한 단어를 찾기 어려워 나는 그저 프리랜서라고 대답한다고 만다. 


 대다수가 한가롭게 바라보는 프리랜서라는 이름 너머에는 이 영역 저 영역을 뛰어다니는 내가 있다. 그런 나를 보며 누군가는 눈을 흘기며 이렇게 말한다. 의욕적인 건 좋은데 그래서 뭘 하고 싶은 건데? 한 가지만 제대로 하는 게 좋지 않겠어?라고. 그러나 또 다른 누군가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여러 분야에 관심도 재능도 있는 것 같아요. 그거 정말 축복인데 잘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만의 잣대로 나와 내 창작물에 대한 이야기를 남겼다. 그것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그들은 자신들이 남긴 말을 그리 오래 기억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때 타인의 평가에 주춤하던 때가 있었다. 나 정말 너무 많은 곳에 에너지를 분산하느라 효율적으로 살고 있지 못하는 건 아닐까? 글이면 글, 사진이면 사진. 하나에 내 모든 걸 몰두하고 쏟아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직 그 어느 것에서든 크게 성공하지 못한 걸까? 

 결코 생각해본 적도 고민들이 내 발목을 오래 붙잡고 놓아주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때의 나는 나다울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시간들을 길지 않았다. 나는 이내 만들고 싶은 것들을 다시 제한 없이 만들어갔다. 그렇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나의 천성 때문이었다. 그토록 원하던 것들을 손바닥에 올려두고 벅찬 감정을 마주하니 외부의 소리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물론 다정한 칭찬은 나를 기쁘게 했고 혹독한 평가는 나를 괴롭게 했지만 그 모두는 한나절이면 힘을 잃었다. 나는 계속해서 내 몫에만 집중하기 시작했고 스스로 만족하는 법을 알게 됐다. 타인의 평가나 취향에 기대지 않게 되니 나의 선택지는 계속해서 늘어갔다. 


 우리는 때때로 용기가 필요할 때 던져진 염려의 말들로 너무 많은 시도를 보류하고 포기한다. 그러나 그럴 때일수록 더욱 밖에서 들어오는 소리에 귀를 막고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해야 한다. 나를 가장 잘 아는 것은 결국 나일 테니, 그것만이 진정한 나를 되찾아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는 일 앞에 머뭇거리는 이들이 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선을 그어놓고서 그 선을 넘으면 마치 누군가 빽- 호루라기를 부르기라도 하는 것처럼 멈춰있는 사람들. 나는 그들을 선 밖으로 불러낼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해 늘 답답했다. 그러나 오늘, 그 선 앞에 오래도록 얼어붙어 있던 친구와의 대화 속에서 그 말을 찾을 수 있었다. 


 “새로운 영역을 걸어가는 건 나라는 세계로 들어오는 문을 하나씩 늘려가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어때? 전혀 관계없어 보일지라도 그 모든 건 결국, 나로 통하는 길이 될 테니까.”


 나라는 고유한 세계에 문을 내어 새로운 길을 만들거나 벽을 세워 막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나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긴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원하는 곳에 문을 내어야만 한다. 자신의 세계를 넓혀나갈 자격과 책임은 오직 우리에게만 있다.


 내 삶은 언제나 나의 몫이며 타인은 내 삶의 방문객일 뿐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그 어떤 순간에도 잊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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