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펼치고 책을 쓰는 그녀의 책갈피가 머무른 페이지들
가랑비메이커 매거진
책을 펼치고 쓰는 그녀의 책갈피가 머무른 곳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상상에서 작가가 되어야만겠다고, 확고한 신념이 생기기 시작한 건 몇 줄의 문장 때문이었다. 같은 고민을 수십 년을 앞서 했던 누군가의 고백으로부터. 그녀가 외면하고만 싶었던 그 시절의 외딴방과 지금의 자신의 발걸음을 연결하기로 결심하던 그 순간을 떠올리며, 나는 내 작은 방문을 열고 나올 수 있었다.
- 신경숙 <외딴방>을 읽고서
책을 펼치고 책을 쓰는 가랑비메이커입니다. 이제는 다 지나가버린 가을이지만 매년 가을이 올 때면 지인들로부터, 독자들로부터 익숙한 질문을 하나 받습니다. "어떤 책을 읽으세요?" "제가 읽어도 좋을 책 하나만 추천해주세요." 이럴 때면, 책을 쌓아두고 읽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의 취향이 있고 새로운 도전도 미루지 않는 저임에도 단 번에 이 책이 참 좋더라고요,라는 말은 선뜻 나오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두 가지 이유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하나는 세상엔 너무도 많은 좋은 책이 있고 그 가운데 제가 펼쳐보는 몇 가지 책들은 전부 제 취향에만 맞춰진, 조금은 편향적인 건 아닌가 하는 고민일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내겐 좋은 이 책들을 어떤 말로서 추천해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입니다. 어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고 어떤 책은 중반부를 위해 초반부와 후반부를 견뎌낼 수 있을 만큼의 균형 잡히지 않은 애정이 깃들기도 하니까요.
그럼에도 시간이 날 적이든 시간에 쫓길 때든 간절하던 건 언제나 몇 권의 책이었고,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본다면 그 시간들을 채워내거나 붙잡아줄 단 몇 줄의 문장들이었습니다. 언제까지나 책을 만지고 맡고, 또 이야기를 만들고 책으로 엮어낼 사람이기에 "어느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누기로 했습니다. 함께 읽고 싶은 페이지를요. 한 권의 책은 결국, 진득한 시간과 서로 다른 시선 속에서 보다 풍요롭게 읽히고 소화될 수 있으리란 걸 알기에 무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는 이 늦가을, 어느 저녁에 결심했습니다. 이 작은 공간에 단 몇 줄의 문장을 당신께 나누고 각자가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을 기대해 보기로. 한 권의 책 가운데 가랑비의 책갈피가 머무른 페이지, 그 가운데 각자가 새기고 싶은 문장들은 일기장, 메모장 혹은 댓글. 무엇으로도 좋습니다.
욕심부리지 않고 천천히 하나의 페이지로 배부른 날들을 기대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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