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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Nov 15. 2020

한가한?

카를 호퍼



카를 호퍼는 1930년 대 독일인의 정치적 상황을 그림을 통해 드러냈다.

인물들의 배경에는 기괴한 나무들이 서 있다. 말라죽은 나무들은 아우성치며 절규하고 있다. 

짐승의 포효 같은 고통에 겨운 기운이 어둠의 배경인가. 나무들은 마치 서로의 심장을 파먹어버릴 듯한 공격성을 띠고 있다. 이 모든 배경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두운 기운. 그것은 '나치즘'이다. 전쟁과 실업의 고통에 겨운 남자들은 갈 곳 없어 한 곳에 모여 망연자실, 현실에 대한 외면처럼 자포자기의 표정을 짓고 있다. 갈 곳이 없다는 것은, 단순히 외로움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실업'의 상태이며 한가족의 생계의 문제이고, 동시에 여러 가족 더 넓게는 국민 다수의 문제이다. 기아에 직면한 상태가 되는 공포에 싸이며 사람들은 공격성을 띠고 이웃을 헤치고 이웃 나라를 침략한다. 전쟁에 가담하는 이들은 대개에 이래도 그만 제래도 그만이라는 심리적 자포자기의 상태에 닿았을 때, 전쟁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만큼 가난은 한 사람 한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와 나라. 종과 종, 종교와 종교의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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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l Hofer - Unemployed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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