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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Jan 19. 2021

내 옆


David Drebin - Eyes Closed [2005]



    눈을  바탕 쏟아내고  밤의 후련함.  자잘한 별들의 파리한 입술까지 닿게 되는 겨울의 뜰에 서서 나랑  평생 저들의 목숨 동안 나에게 귓속말을 하고, 앞발을 가슴에 넣어주고, 징글맞은 혓바닥으로 얼굴을 핥아 주었던  마리 개들을 생각한다.  앞에서 마당을 뛰어다니면서 촐랑거리고 아양을 떨고 걸어가는 나의 손가락을 핥고 대문 앞에서 우두커니 나를   밖으로 날마다 이별을 해주었던 녀석들을 생각한다. 이웃집에 납치당해서   보름 동안 보이지 않다가, 길을 걷던 어머니에게 텔레파시를 보내었던 . 무연히   마룻장 밑에 매여서 살이  못하게  있던 녀석,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음 절대 똥오줌을 누지 않는 지독한 인내심의 녀석을 생각한다. 내가 치매기가 있는가. 이제  녀석들의 이름을 하나씩 잊게 되는구나. 우린  그랬지 함께 사는 여름밤을 너희는 기억하는지. 언제가 우리  밤하늘의 별이 되자고. 여름밤이면  녀석들을  옆에 앉히고 낮은 톤으로 말했지. 우린 언제나  별이 되자고 그랬지. 너희가 먼저가 너의 별자리를 만들고 틈을 내면  자리에  자리가  것이라고 그랬지. 지금처럼 우리가 옆이라 함께 옆이라서 무한정 기쁘고 행복한 날들이 이별 후에도 언젠가 밤하늘에서 펼쳐진다고 그렇게 말했지. 오늘 그런 날들이  이렇게 사무치는가. 내가 상처 주고 상처 받은 흔적들의 이유 때문인지. 희미한 달의 증후 때문인지, 희미한 달의 증후군을 앓아서 그런 것인지, 그래 너희들 거기서  지내고 있는 것이지. 천둥이란 , 진이라는 , 봉순이 라는 ,   하늘에서 날뛰는 모습이 여기서  보이는구나. 퍼렇게  몸에 소름 돋게 보이는구나. 이웃집 닭장의 닭을  물어 죽이고, 물가에 풀어놓은 염소를 물어 죽였던 녀석에게 나는 회초리   하지 않고 치매가 걸려 겨울비에 젖은  밖을 떠돌다 사라질 때까지 돌보아주었지.  녀석이 지금도 치매가 걸려  밤하늘을 배화하고 있구나. 그런데 것이 누가 있는 것이니. 너희가 배회하고 까불고 마당을 뛰어 달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던 내가 거기 없는데, 누가 거기 있는 거니. 너희들의 아양을 받아주는 밤하늘에 누구냐 도대체. 나는 지금-여기의 괴로움으로  가득인데, 너희란 녀석들은  괴로움을 알기라도 하니. 여기 함께 사는 동안엔 그래도 가끔 내가 우울한 얼굴일 , 너희도 함께 우울증을 앓아주기라도 했잖니.  혼이 지금 거기로 달아나서 너희와 감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라면 좋겠구나왜냐 하면, 내가 지금 몹시 허해서 말이다. 몹시 사유가 허해서 말이야. 사유가 허하는  너희들은 모르잖니. 나랑 함께  때도  사유의 허함을 너희는 몰랐으니까.  사유의 괴로움 ,  세상 밖에도 여전히 너희들이 있다는 것이,  작은 위로가 되긴 하지만 겨울 뜨락은 식물의 왜소한 줄기들이 겨울의 필생으로 멈추어 있다.   왜소한 줄기에서 수국이 피고, 연꽃이 피고, 블루베리가 달리고,  낮은 봄나물이 돋아날 , 밤하늘의  들이의 축제같이  지상도, 내가 그리워하는 것이 있어야 아름답지 않는가. 그리워하는 것이 있어야,  옆이지 않겠는가.  ‘이라는 것이 말이야. 항상 비어 있고, 채워지지 않는, 거기 같은   이라는  말이야. 이제 날이  차구나. 그만들 너희 본래 자리로 가거라.  밤의 배회는 별자리와  자리 사이 만큼이나 허해서,   무너짐을 겪어야 하겠다.   무너짐의 밤을 겪어야 하겠다. 파슬파슬



Alexander Fedorov - Snag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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