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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Oct 18. 2021

네가 아프면

네가 아프면 



 네가 아프면, 아픈 물이 아픈 물에게 흘러들어 아픔의 농도를 희석시킨다는 것을


 네가 아프면, 상처 난 돌이 상처 난 돌에게로 굴러간다는 것을
 

 네가 아프면, 밤의 결이 밤의 결을 껴 입혀 준다는 것을


 네가 아프면, 시월 정원의 흰 국화에 비극의 탄생이 온다는 것을


 네가 아프면, 나는 베두인의 감각으로 네 아픔의 항적을 더듬는다는 것을


 네가 아파서, 손가락 끝 손톱까지 아픔의 결을 흘리며 초식 동물처럼 웅크릴 때


 나는 녹청색 범종의 공명으로 너에게 번져간다는 것을


 아는가, 어떤 물은 우리 몰래 흐르면서 우리를 아프고 하고 있다는 것을


 어떤 물길은 우리 이마를 훔쳐 저의 몸살로 앓으며 항적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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