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벌레 이야기

by 일뤼미나시옹


풀벌레 이야기

-김정용


가을이야기 같지는 않고

집 뒤꼍에서 저의 인생 뒤안길을 이야기를 해주는

풀벌레가 있다.


몇 개의 연장이 든 가방을 들고

객지에서 무궁화열차 타고 왔던 터라

웅크린 몸 늑골에서 숨소리 그렁거리는 건

생활 안에서는 무엇 하나 운을 뗄 말이 없기 때문이다.


가을에는

하다못해 칠이 벗겨진 집도

메뚜기나 담 밖에으로 기운 석류나무도

저의 뒤꼍을 보여주는 등으로 산다.


아비야. 등을 보이는

가을밤에 아비야.


비 오고 시멘트 바닥에 낀 퍼런 이끼 같은

잠을 어디서 겪고 왔느냐.


가을인데 가을이야기는 해주지 않고

잦아들기만 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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